외국인 근로자들이 대파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 자은도의 한 농장에서 대파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파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 자은도의 한 농장에서 대파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답이 없어요. 답이….”

전남 장성군에서 돼지 4000여 마리를 기르는 오재곤 씨(59)는 지난해 외국인 4명을 고용해 양돈장을 운영했다. 그는 “작년 2월에 2명이 비자 만료로 귀국한 뒤 아직 재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자 연장으로 남은 2명은 당분간 더 일할 수 있겠지만 절대 인력이 부족한 사정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세 번째 농번기를 맞는 농가들이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데다, 그나마 숨통을 터주던 외국인마저 제때 입국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를 한시 연장해 주기로 조치를 취했지만, 농촌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외국인 근로자 확보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방문취업 외국인 근로자(E-9·H-2) 13만 명의 체류·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28일 발표했다. 오는 4월 13일부터 12월 31일 사이 체류·취업 활동 기간이 끝나는 근로자의 체류·취업 활동 기간을 늘린다는 게 주 내용이다. 연장 조치를 적용받은 적 없는 근로자는 1년을 연장해 주고, 이미 1년 연장 조치를 받은 근로자 중 4월 13일부터 6월 30일 사이 취업 활동 기간이 끝나는 근로자에게는 50일 더 연장해 주기로 했다.

농촌에서는 그러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입국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편이 줄고 의무 격리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계속 지연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특히 연중 출하가 가능한 축산업계와 달리 과일류나 채소류 등을 기르는 작물 농가 사정이 절박하다. 생육 주기상 수확, 솎아내기 등 하루가 급한 일자리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들 농가는 계절 외국인 근로자(최장 체류기간 5개월)를 주로 고용해왔는데, 급한 대로 불법 체류자까지 용역으로 고용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 책정의 주도권까지 쥐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8만원대였던 외국인 근로자 일당은 요즘 13만~15만원대까지 올랐다.

전남 나주에서 1.5㏊(600그루)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박경철 씨(49)는 “15명의 근로자가 나흘을 바짝 일해야 열매솎기가 가능한데, 인건비가 너무 올라 고민이 많다”며 “5월이 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현재 불법인 외국인 근로자의 파견근로를 합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영역에서 근로자를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농가에서만 일하게 돼 있는 계절 근로자를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민간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배 품목과 농가 특성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 제도를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나주=임동률/천안=강태우/강진규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