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尹 공약에 공감…'6대 범죄' 틀 안에서 수사 범위 확대 의견
난감한 법무부 "기존 제도 유지하며 개선"…24일 인수위 업무보고
'검수완박'서 유턴…인수위 보고 앞둔 대검 "직접수사 확대"(종합)
대검찰청이 현재 '6대 범죄'로 제한된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의 내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24일로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의 '수사 개혁' 등 공약 관련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법무부 역시 공약 검토 의견을 정리함에 따라 인수위는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뒤 국정과제에 반영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 중 하나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다.

현행 검찰청법 4조는 검사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의 수사를 직접 시작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같은 '6대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에 열거돼있다.

▲ 4급 이상 공직자 ▲ 3천만원 이상의 뇌물 사건 ▲ 5억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 5천만원 이상의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 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의 수사 범위로 설정되지 않은 범죄는 경찰이 맡는다.

윤 당선인은 공약 자료집 등에서 검찰 수사 범위가 줄어들고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뒤 경찰 수사 업무의 과중과 수사 지연, 부실 수사 같은 문제가 생겼다며 '검경 책임수사체제 확립'을 약속했다.

대검은 수사권 조정 1년을 거치면서 수사 범위의 제약을 여러 차례 문제 삼아온 만큼 이런 당선인의 입장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대검은 지난달 수사권 조정 1년간의 변화를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 제한이 사건의 신속한 실체 규명이나 효율적 처리에 예상치 못한 장애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송치 후 발견된 여죄·공범이나 마약범죄, 무고죄 수사를 예로 들었다.

가령 수사권 조정 뒤 검찰은 마약 밀수 사건 중 수출입 관련 범죄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고 투약·판매는 인지하더라도 경찰에 넘겨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령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11조 1항'을 콕 집어 한정했기 때문에 수출입도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범죄는 여러 피의자가 한 덩어리가 돼 유기적으로 벌어지는데 수사는 법령 이름이나 액수별로 나눠 진행되다 보니 정작 마약 수사의 핵심인 공급책 등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이런 문제가 대통령령의 '구획'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검찰청법에 명시된 '6대 범죄'의 틀을 넘어서지 않더라도 충분히 손질이 가능하다고 본다.

당선인이 공약한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나 검찰 접수 고소 사건의 검찰 직접 처리 등도 수사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대검의 기존 입장에 들어맞는다.

대검은 이번 업무보고를 준비하며 일선 검찰청 형사부도 필요하면 직접·인지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는 전담부를 만들어 담당하게 하고 전담부가 없는 검찰청은 형사부 말(末)부에서 검찰총장 승인을 받아 하게 한 현재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다.

아울러 대검은 윤 당선인이 사법개혁 공약의 핵심으로 내세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총장에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구상에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법무부 검찰과에 있는 예산 조직을 대검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곧장 늘리는 것보다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운영상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장관은 수사지휘권 폐지는 '시기상조'고, 검찰의 예산 독립는 특수활동비 투명성 담보 등 선결조건이 전제돼야 검토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법무부는 대검과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기보다 절충점을 찾기 위해 조율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직접수사 확대 입장인 윤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있는데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한 달여 남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검찰개혁 완수를 공언하는 상황이라 법무부가 난감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