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의 열악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다 노동자가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사 현장의 열악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다 노동자가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사 현장의 열악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다 노동자가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2019년 4월 공사장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사망했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확인됐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거절됐다.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의 소견을 토대로 업무상 과로와 '발살바 효과'가 A씨의 만성 심장질환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발살바 효과'란 숨을 참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심근 허혈성 급사에 이를 수 있어 겨울철 화장실 이용 중 '발살바 효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 인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A씨의 업무 강도가 가벼웠다고 단정할 수 없고, 고인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하기 전 심장질환이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