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일렉트릭. 사진=신현아 기자
미니 일렉트릭. 사진=신현아 기자
BMW 미니 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 '미니 쿠퍼 SE'는 미니 쿠퍼 S를 기반으로 탄생한 3도어 해치백 형태 전기차다. 미니 브랜드만의 독특한 디자인 감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파워트레인만 바뀌었다.

'주행 가능거리'가 짧아 아쉽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지만 미니 브랜드가 쌓아온 소위 '힙'한 이미지와 주행 감성에 거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지난 1월 개시한 사전 예약에서만 올해 예상 판매 물량의 90%가 예약 판매됐을 정도다.
미니 일렉트릭 사이드 미러. 사진=신현아 기자
미니 일렉트릭 사이드 미러.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캠프통에서 용산구 한남동 사운즈 한남과 성동구 성수동 카페 리틀포레스트 등을 거쳐 다시 카페캠프통으로 돌아오는 약 21km 구간에서 미니 쿠퍼 SE를 주행했다. 고속 주행이 섞인 보통의 시승과 달리 도심 위주로 진행된 시승이었다. '도심형 전기차'를 이용하는 차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미니 쿠퍼 SE는 클래식, 일렉트릭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일렉트릭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주차보조 어시스트 기능 등 옵션이 추가된 상위 모델이다. 시승은 일렉트릭 모델로 진행했다.

미니 쿠퍼 SE는 '주행 가능거리'가 이슈다. 출시 전부터 200km도 못 미치는 주행 가능거리에 대한 우려가 컸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니 쿠퍼 SE의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는 상온 기준 175km다.

짧은 주행거리는 차 자체가 작은 미니 브랜드 전기차의 숙명과도 같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가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작은 차에 많은 배터리를 싣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니 일렉트릭 실내. 시동버튼 왼쪽에 위치한 회생제동 단계 조작 버튼. 사진=신현아 기자
미니 일렉트릭 실내. 시동버튼 왼쪽에 위치한 회생제동 단계 조작 버튼. 사진=신현아 기자
그래서 미니는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BMW그룹 최초로 회생제동 강도를 운전자가 '낮게'와 '강하게' 중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시동을 걸었을 때 회생제동 기본값은 '강함'이다. 회생제동을 '낮게'로 설정을 바꾸고 싶다면 센터페시아 쪽 시동 버튼 왼편의 버튼을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한 번 딸깍 누르면 된다.

회생제동을 강하게 설정하면 '원 페달 주행'도 가능하다. 가속 페달에서 발만 떼도 속도가 훅 줄고 정차까지 된다. 미니는 전기차 전용 드라이브 모드 '그린 플러스 모드'를 추가해 불필요한 에너지 유출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그린 플러스 모드로 두면 속도와 공조장치 등에 제한이 걸린다.

덕분에 약 21km를 주행했지만 주행 가능거리는 시작할 때 167km에서 153km로 14km만 줄어 있었다. 시승 과정의 90% 정도는 회생제동을 강하게 두고 달리긴 했지만 주행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달렸는데도 예상보다 덜 줄어 놀랐다. 시승 당일은 낮 최고 기온이 18도에 달하는 포근한 날씨로 별다른 공조장치는 켜지 않았다.

물론 에어컨과 히터를 트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짧은 주행거리의 한계를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미니 쿠퍼 SE의 저온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153km에 그친다. 공인 평균 전비는 킬로와트시(kWh) 당 4.8km다.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전비는 5.2km/kWh였다.
사진=미니코리아
사진=미니코리아
미니 브랜드 특유의 경쾌한 주행감은 전기차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전기 모터의 민첩함까지 더해져 주행 매력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무거워진 차체는 급격한 코너링에도 안정적이었다. 땅에 붙어가는 묵직한 맛도 더했다. 단단한 핸들 감각은 여전히 미니 만의 드라이빙 재미를 높였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5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7.3초 만에 가속한다. 쿠퍼 S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급속 충전시 80% 충전까지 약 35분 걸린다. 미니 관계자는 "배터리가 적게 들어가 주행거리가 짧지만 그만큼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관은 전반적으로 내연기관차 미니 쿠퍼 S와 다르지 않다. 사이드 미러 캡과 시동 온·오프 버튼 등에 '노란색 포인트'로 전기차 정체성을 소소하게 드러낸 게 전부다. 한 개그 프로 캐릭터인 '웅이 아버지' 별명이 붙게 된 특유의 검정색 육각형 그릴 테두리도 그대로 적용됐으며 실내에는 8.8인치 원형 디스플레이가 어김없이 들어갔다. 미니 특유의 브랜드 감성을 유지한 게 핵심이다.
미니 일렉트릭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미니 일렉트릭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배터리 표기량과 회생제동으로 구성된 새로운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적용됐으며 간결해서 보기 편리했다.

편의 기능으로는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 후방카메라, 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이 적용된다. 일렉트릭 트림인 시승차에는 정면 충돌 경고 기능과 보행자 접근·차선이탈 경고 기능 등이 들어간 드라이빙 어시스트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헤드업 디스플레이, 주차 보조 어시스트 등이 추가 탑재된다.

미니 순정 내비게이션은 적응하기 힘들다. 경로가 직관적이지 않아 안 보는 게 나을 정도다. 이 때문에 삼성 갤럭시 사용자로서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 오토 홀드 등 일부 주행·편의기능 부재도 아쉽게 느껴졌다. 원 페달 모드로 시속 0~1km 수준으로 속도가 줄지만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으면 차가 움직인다.

3도어 차량으로 2열이 마련돼 있긴 하나 1열 좌석을 앞당기지 않는 한 2열은 체구 작은 성인 여성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211L로 내연기관 미니 3도어과 동일하다.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최대 731L까지 확보된다.

가격은 클래식 4560만원, 일렉트릭 4990만원이다. 전기차 국고보조금(572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지원받으면 지역에 따라 3000만원 중반대에서 4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서울 지역 구매자의 경우 국비 572만원에 지방비 163만원을 지급받으면 382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