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대국민 인사를 가졌다.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최종 득표율 48.56%(1639만여 표)를 기록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경쟁 상대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83%(1614만여 표)를 얻었다. 득표율 차이는 단 0.73%포인트, 24만7000여 표에 불과하다.다음은 윤 당선인 인사 전문이다.위대하고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벅찬 마음과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공직 사퇴 이후 지금까지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정치 초심자인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정치를 시작한 후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왜 국민이 저를 불러내었는지,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습니다.공직자가 권력에 굴복하면 정의가 죽고, 힘없는 국민은 더욱 위태로워 집니다. 국민들께서는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습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일상에서 정의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뜻입니다.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국민 여러분, 지금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코로나 팬데믹 극복, 그리고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과 이념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하여 국정을 운영하겠습니다.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자율과 창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역동적인 나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일하는 사람이 더욱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한 복지도 성장이 없이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해야 가능합니다.첨단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하여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초저성장의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 놓겠습니다. 성장의 결실로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따뜻하게 보듬어서 한 사람의 국민도 홀로 뒤처지지 않게 하겠습니다.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여 공공 의사결정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와 국민 간 쌍방향 소통 활성화를 통해 디지털 민주주의의 발전은 물론이고, 진정한 개인별 맞춤 복지의 시대를 열겠습니다.그리고 코로나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고, 미래 준비도 철저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팬데믹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제도 개혁도 병행하겠습니다.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네 편 내 편 가릴 것 없이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국민 여러분, 우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북한의 핵 위협과 미·중 전략 경쟁의 긴장 속에서 글로벌 외교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 과제 역시 안고 있습니다.국민의 안전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습니다.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입니다.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겠습니다.한미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상호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습니다. 지역별로 특화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경제안보 외교를 강화하겠습니다.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습니다.국민 여러분,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습니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습니다.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는 순간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공정과 상식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법치라는 헌법 정신을 되새기고 있습니다.더 자유롭고 더 공정한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청년들이 꿈꿀 수 있는 나라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고통과 마음을 보듬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한다면 준엄한 목소리로 꾸짖어 주십시오.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 늘 국민 편에 서겠습니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 되겠습니다.감사합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치 데뷔 8개월 만에 제20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놀라운 관운이 주목받고 있다.다선 의원들을 제치고 국민의힘 경선 승리를 거머쥔 윤석열 후보가 처음이자 마지막 출마한 것이 대통령 선거였다.윤 당선인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사건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채동욱 총장 때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일하던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구속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맞서다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업무에서 배제됐다.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당선인은 이틀 뒤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나, 야당이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냐’라고 말했다”라며 정권과 검찰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그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검사 윤석열'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윤 당선인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됐다. 주변인들은 좌천당한 상황에서도 모든 모임에 참석해 뒷줄에서 사진을 찍고 일거리를 붙잡고 야근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전했다.하지만 3년이 채 되지 않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정농단 사태를 특검으로 수사하라는 국민의 압력이 거세졌다. 박영수 특검이 시작됐고 윤 당선인은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윤 당선인은 삼성 수사를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기소 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모두 구속 수감되면서 그는 ‘국민 검사’라는 호칭까지 얻었다.윤 당선인은 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2017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 수사의 핵심 조직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윤 당선인은 임명된 즉시 과거 자신을 좌천시킨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쳤다. 전 정권에서 수사를 방해했던 검사들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 했다. MB의 최측근 비서관까지 수사한 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기소 했다.검사장 승진 후 보직은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일하다. 이후 바로 검찰총장이 됐기 때문이다.2019년 7월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총장에서 무려 다섯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 인사였다.문재인 정부는 윤 당선인이 ‘검찰 개혁’의 주역이 돼주기를 기대했다. 하나의 축은 윤 당선인이었고, 또 하나의 측은한 달 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는 조국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문 대통령의 기대와 완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윤 당선인이 총장 취임 뒤 휴가를 간 동안,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등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비리 의혹이 터져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이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수사를 할지 말지에 대해 저도 인간이라서 번민했다”고 말했다. 결국 ‘전격 수사’ 모드에 돌입한 윤 당선인은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벌였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서울대, 고려대, 코링크PE, 학교법인 웅동학원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조국 인사청문회 막바지인 오후 10시 50분 검찰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사문서위조)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재판에 넘겨 정치권엔 큰 파장이 일었다.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교수에게 법원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이 과정에서 조국 수사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극명히 나뉘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는 조국 수호와 조국 반대 시위가 연일 벌어졌고 이런 상황에서도 윤 당선인은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송철호 울산시장 관련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였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여당이 비난하고 야당이 옹호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됐다.조국이 물러나고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강경하게 윤 당선인을 몰아붙였다. 검찰 인사를 단행해 검찰 내 윤 당선인 사단을 좌천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 신임을 받으며 검찰총장이 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역적으로 몰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에 이름을 올렸다.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검찰개혁'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가 자력으로 유일하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권력기관 개혁은 조국으로 실패했는데 3년간 인정하지 않다가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는 것.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걸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6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한 달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또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윤 당선인이 사법시험 합격까지 9수를 했다는 사연은 유명하다. 하지만 대전고검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년에 불과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최종 득표율 48.56%(1639만여 표)를 기록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경쟁 상대였던 이 후보는 47.83%(1614만여 표)를 얻었다. 득표율 차이는 단 0.73%포인트, 24만7000여 표에 불과하다.윤 당선인을 파격 등용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관례에 따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내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70여석의 거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야당의 길을 걷게 됐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