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 등 채용됐지만 '권성동 직접 청탁' 입증 안돼…1심부터 3심까지 무죄 판단
'강원랜드' 권성동 무죄, 前 사장 유죄…공모 입증 못한 검찰
대법원이 17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권성동(62) 의원은 무죄로, 최흥집(71) 전 강원랜드 사장은 유죄로 최종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 '채용 청탁을 한 인물'로 지목된 권 의원과 '청탁을 받은 인물'인 최 전 사장의 운명이 1심부터 3심까지 계속해서 엇갈린 것은 두 사람의 '공모관계'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권 의원에게 최 전 사장과 공모해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진행된 강원랜드 교육생 공개 채용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가 청탁 대상자를 뽑도록 한 혐의(업무방해)를 적용했다.

최 전 사장이 카지노 출입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인상 문제나 강원랜드를 겨냥한 감사원 감사 등 현안을 두고 권 의원에게 청탁을 했고, 권 의원은 그 대가로 자신의 비서관 채용을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과 춘천지법에서 각각 진행된 두 사람의 1심 재판에서는 강원랜드가 다수의 청탁을 받아 채용 대상자를 조직적으로 관리했고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청탁을 수용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권 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김모씨가 최 전 사장의 지시로 강원랜드의 '수질·환경 전문가'로 '맞춤형 채용'이 됐다는 점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권 의원이 최 전 사장에게서 국회의원으로서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있는 개별소비세나 감사원 감사 관련 청탁을 받고 승낙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권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그가 '몸소' 채용 청탁을 하거나 최 전 사장과 업무방해 범행을 공모했다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9년 서울중앙지법은 권 의원이 받았다는 강원랜드 현안 청탁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된다거나 그 청탁의 대가로 최 전 사장이 김모씨를 부정하게 채용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최 전 사장이 "회사나 지역사회의 현안이 있을 때 부탁을 해야 한다"며 권 의원의 청탁에 응했다고 진술했음에도 공모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권 의원의 지인인 강원랜드 관계자가 청탁 대상자들의 명단을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한 사실은 있지만, 그 명단이 최 전 사장에게 전달됐는지나 권 의원이 명단 전달을 요청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근거가 됐다.

이런 무죄 판단은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10여명을 부정하게 채용시켰다는 혐의로 2심까지 유죄 판단을 받은 뒤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염동열(61) 의원 사례와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염 전 의원이 청탁 대상자 명단 전달을 지시·승낙한 정황이 입증됐다고 봤다.

최 전 사장은 채용 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이상 유죄 판결을 피할 수 없었다.

춘천지법은 "피고인은 공공기관의 최고 책임자로서 외부 청탁을 거절하고 채용 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책임을 방기하고 위력자의 청탁을 받아 공개채용 형식으로 특정인을 채용하는 범행을 주도적으로 지휘했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런 판단은 2심과 대법원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결국 합리적 의심을 없앨 만큼 확실히 혐의 입증이 됐느냐가 유·무죄를 가른 셈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 외압' 의혹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6년 2월 사건을 처음 수사한 춘천지검은 강원랜드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다고 보고 최 전 사장 등 관련자들을 먼저 재판에 넘겼지만, 정작 채용 청탁 의혹 당사자인 권 의원과 염 전 의원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사팀에 있던 안미현 검사(43·사법연수원 41기)는 2018년 수사 과정에 국회의원과 검찰 고위 인사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즉시 양부남 검사장을 필두로 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을 꾸리도록 하고 이 사건을 모두 수사단에 맡겼다.

수사단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권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고, 권 의원의 수사 외압 의혹은 그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하면서 일단락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