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LG화학·KB 등 합류
'ESG 기준서' 심사·자문 맡아
6일 정부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네이버, SK그룹, 포스코, 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 네 곳이 참여한 ESG 공시기준 마련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투자회사 중엔 KB금융그룹과 삼성생명이, 회계법인에선 삼일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이 밖에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참여한다. 준비위원회는 2024~2025년께 국내에 적용될 ESG 기준서 제정에 중추적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번 준비위 발족은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국제회계기준 제정 업무를 기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지난해 발족한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로 분리하고, ESG 회계기준 제정을 ISSB에 맡긴 것에 대응하는 조치다. ISSB는 이달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글로벌 ESG 회계기준)’ 초안을 발표하고, 연내 공시 기준을 확정할 전망이다. 올해 확정되는 ESG 기준엔 기후변화와 관련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회계기준원과 별도로 ESG를 전담할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발족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ESG 공시기준 초안에 대응할 준비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IFRS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전 세계 기업에 적용될 전망이다. 공시 대상 기업 외에도 공급망 전체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자료가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가 기업별로 미칠 사업, 법률, 시장, 경제 환경 등 시나리오 분석도 공시자료에 포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영국 ISSB에서 제정하는 ESG 기준서를 전면 수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ESG 기준서 공개 초안이 나오면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 측 의견을 기준서에 반영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일각에선 ISSB 기준 제정 과정에서 국내 경영 환경의 특수성이 반영되려면 한국 후보가 ISSB 위원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위원 수가 14명(아시아 3명)으로 제한적이고, 선정 요건이 까다로워 후보 발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IASB 이사회 진출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 로이드 전 IASB 부위원장이 ISSB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사회에 빈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서정우 전 IASB 위원과 한종수 전 IFRS 해석위원이 임기를 마친 뒤 후임자를 배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