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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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기획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가칭)’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재부가 ‘곳간지기’라는 조직 논리에 얽매여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치권에서는 “견제 없이 대통령의 선심성 정책을 그대로 이행하는 ‘예산의 정치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9일 “기재부에서 예산과 경제정책 등 기획 기능을 분리해 청와대 직할로 기획예산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재부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재정경제부와 국무총리 소속이었던 기획예산처를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예산 기능은 역대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수차례 변화를 겪었다. 1961년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할 경제기획원을 설립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기획원은 재무부와 합쳐져 재정경제원으로 개편됐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기구인 기획예산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재정경제부 산하에 예산청을 두었다. 이후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이 다시 합쳐져 기획예산처가 출범했다.

그동안 이 후보는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기재부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어 다른 부처들의 사실상 상급부처 역할을 한다”며 “선출권력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는 임명권력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예산편성권은 기재부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예산 기능을 대통령 직속으로 둘지 여부에 대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산하 예산관리국(OMB)이 예산 기능을 담당한다. 이 후보 싱크탱크인 ‘성공포럼’은 지난 10월 예산 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두는 구상을 내놓았다.

청와대가 예산편성을 직접 챙길 경우 이 후보 집권 시 주요 민생대책의 계획·집행이 더욱 과감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는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윤봉길 의사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 참석 후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정부가 방역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손해가 아니라 최소한 방역조치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1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50조원·100조원 지원을 말하지 않았느냐”며 “내년에 당선되면 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여야 합의로 추경 편성이 가능하게 협조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성범 국민의힘 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정부 내의 이견에 대해 토론하고 설득할 생각은 갖지 않고 아예 예산 기능을 떼서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소양마저 의심케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