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코리아는 최근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주’에 대한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허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할 수 있게 돼 ‘제2 반도체 신화’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식약처가 지난 13일 결정한 스파이크박스주에 대한 제조 판매 품목허가는 국내에서 생산된 모더나 mRNA 백신이 품목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소요 기간을 대폭 단축했고, 계약 체결 후 5개월 만인 지난 10월 초도생산 물량 243만 도즈를 국내에 출하했다.

모더나 수출 나선 삼바…'제2 반도체 신화' 쓴다
당시 국내 출하는 긴급 사용승인에 따른 것이었고, 이번에 받은 것은 정식 품목허가다. 보건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기간에 한해 유효한 긴급 사용승인과 달리 정식 품목허가는 해당 제품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기간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식약처의 신속한 결정에 감사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파트너십은 모더나가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 능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허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수출할 길도 열렸다. 이미 11월 필리핀과 12월 콜롬비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2분기 생산을 목표로 mRNA 백신 원료의약품(DS) 생산설비를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는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었지만 이 설비가 완성되면 mRNA 백신 원료까지 전 과정 생산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내에서 반도체를 잇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바이오 사업 성공이라는 목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생산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지난달 16일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조와 추가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며 “수출 물량도 점차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