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중국서 한국영화 개봉…한한령 해제 신호탄?
중국에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화가 정식 개봉한다.

3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2020년작 영화 '오! 문희'가 이날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다. 2015년 9월 '암살' 이후 중국 본토에서 정식 개봉하는 첫 영화다.

중국은 2016년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합의하자 보복 성격으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 게임, 한국 유명 가수의 공연 등을 사실상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시행해왔는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이다.

그간 중국 측에 줄기차게 문화교류 확대를 요구해 온 정부는 이번 영화 개봉을 소기의 성과이자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한한령 전면 해제의 신호탄일지 조심스레 주시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장관회담이나 경제공동위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화 개봉이나 게임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 한국 드라마 방영 등에서 가시적인 조처를 촉구해왔다.

특히 영화의 경우 이미 중국 측이 배급 판권을 사 갔는데도 개봉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를 추려서 중국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열린 경제공동위에서도 중국 상무부는 이 같은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다행히 6년 만의 첫 한국 영화 개봉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다만 이번 조치가 한한령 전면 해제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국내 관객 35만명을 동원한 '오! 문희'는 대형 한류스타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아니라 비교적 소규모의 코미디 영화다.

중국 당국도 이번 개봉의 파급효과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과거에도 한한령이 완화되는 듯한 신호들이 포착된 적은 있지만,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2017년 소녀시대 윤아가 중국 패션 잡지 '홍슈 그라치아' 신년호 표지모델로 등장하거나, 2018년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상영됐을 때, 올해 '써니', '너의 결혼식' 등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이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마다 같은 기대가 피어올랐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정부는 한한령 전면 해제 여부를 가늠하려면 추가적인 영화 개봉이나 한국 드라마 방영 등 제2, 제3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드 배치가 계기가 됐긴 했지만 애초 중국이 한한령에 나선 데는 자국 문화산업을 보호하고 내부 사상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최근 연예계를 중심으로 '홍색 정풍운동'을 벌이고 팬덤 규제에 나선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