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아한형제들
사진=우아한형제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은 일상이 됐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감염의 우려 때문에, 이후로는 편리함 때문에 배달 음식을 시켰다.

삼시세끼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을 해야 하는 엄마들, 혼자 사는 젊은 1인 가구들에게 배달음식은 가장 편하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규모는 17조3828억원. 전년(9억7328억원) 대비 78.6% 증가했다.

국내 대표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995억원으로 전년(5654억원)보다 94.4%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12억원으로, 3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쿠팡이츠 등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상황 1 세상 모든 곳의 ‘막내’를 잡아라
도전 1 대중과 함께 노는 ‘펀슈머’ 마케팅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김봉진 의장이 자본금 3000만원으로 창업했다. 식당 전단지를 앱에 모아서 볼 수 있게 하자는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배달앱이 만들어졌다.

배달의민족이 선정한 주 타깃은 세상 모든 곳의 ‘막내’였다. 2010년 당시 전단지를 놔두고 굳이 스마트폰으로 배달 앱을 켜서 주문할 사람들이었다.

젊은층인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재미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했다. ‘무한도전의 박명수처럼, 그냥 웃기는 동네 형 같은 브랜드’를 목표로 세웠다.

그래서 배달의민족은 대중과 함께 노는 브랜드가 됐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등 재치있는 광고 문구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온라인에서 패러디 유행이 번지자 배민 신춘문예를 열어 적극 환영했다.

전국민이 사랑하는 배달 음식들을 주제로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가장 유명한 건 ‘치믈리에(치킨 소믈리에) 자격시험’이다.

배달의민족은 2017년 치킨에 진심인 사람들을 선별하는 시험을 치렀다.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어느 브랜드의 어떤 메뉴인지 맞히는 시험이었다. 배달의민족은 이때 선발된 치믈리에들과 함께 치킨 가이드북인 ‘치슐랭가이드’를 제작했다.

떡볶이 마니아들을 모아 ‘떡볶이 마스터즈’도 열었다. 온라인에만 57만여명이 응모했고, 500명이 입장료를 내고 오프라인 행사장을 찾았다.

소비자들은 팬심으로 응답했다. 배달의민족의 팬클럽 ‘배짱이(배민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가 생겼다. 기업에서 유례가 없던 일이다. 배짱이들은 배달의민족이 2016년 첫 흑자를 달성했을 때 일회용 컵에 흙을 담고 자를 꼽은 ‘흙자’ 화분을 배달의민족 사무실로 보냈다.

상황 2 해외 시장 진출
도전 2 현지 감성 잡아라

배달의민족은 2019년 6월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 먼저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던 시장이었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던 배달의민족의 핵심 전략은 ‘베트남 문화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베트남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 전략은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후 진행한 옥외광고의 메시지에 그대로 담겼다. 당시 옥외광고의 핵심 문구는 “‘BAEMIN Nóng Giòn Đây!(배민이 왔어요).” 현지에서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를 파는 상인들이 외치는 “Banh Mi Nóng Giòn Đây!(따뜻하고 바삭한 반미가 왔어요)”에서 따온 문구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메밀묵·찹살떡 장수들이 ‘메밀묵~ 찹쌀떡~’이라고 말하던 골목 문화와 일맥상통한다”며 “베트남 현지 소비자들과 친숙해지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감성을 공략한 굿즈들도 제작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력 설 때 봉투에 돈을 넣어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어린아이들은 세뱃돈을 부모가 대신 받아 보관하는 문화도 유사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문화에 착안해 봉투에 재미있는 문구들을 넣어 판매했다.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마’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등 배달의민족 특유의 재치있는 문구들이었다. 베트남 배민 앱을 통해 판매된 이 봉투는 하루에 1000장 이상 팔리며 열흘 만에 재고가 동났다.

도심을 누비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복장도 차별화했다. 비가 많이 오는 베트남 특성에 맞게 우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는 문구를 새겼다.

배달의민족, 대중과 함께 노는 브랜드


상황 3 일회용품 사용 논란
도전 3 친환경 포장재·캠페인 도입

배민이 이끌던 배달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일회용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 비닐봉투 등이 쌓여갔다.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친환경 정책을 각각 만들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기도 전인 2019년 4월 배달업계 최초로 ‘일회용 수저 및 포크 안 받기’ 기능을 앱에 도입했다.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소비자들은 가지고 있던 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일회용 수저 및 포크 안 받기 기능을 도입 후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총 1160만명이 참여했다. 식당 업주의 일회용품 구입비용 242억 원을 아꼈고, 폐기물 수거 비용 69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도 냈다.

식당 사장님들을 대상으로는 친환경 포장재와 제품들을 도입하고 있다. 종합 식자재 서비스 ‘배민상회’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배달용기를 개발하고, 생분해되는 포장 용품을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플라스틱 함량이 적은 용기는 국내 스타트업과 공동개발해 플라스틱 함량 비율을 50% 낮췄다.

배민이 운영하는 B마트도 비닐 뽁뽁이 대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고, 아이스팩은 100% 물로 채워 배송한다. 비닐봉투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배달앱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면공세를 펼치는 쿠팡이츠와 이제는 남의 집 식구가 된 요기요 외에도 공공배달 서비스 등 경쟁사들이 많다.

다른 산업과 달리 판매자(식당 사장)와 소비자 외에도 배달을 해 주는 라이더가 이해 관계로 얽혀 있다. 세 주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이 생각하는 마케팅의 본질은 ‘배민다움’이다. 이들은 언제나 “배민은 배민과 경쟁한다”고 말한다. 경쟁사의 전략에 무조건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사소한 마케팅도 배민답게 한다는 의미다.

배민다움은 배달 전단지를 모으던 초창기 시절부터 고수한 마케팅 전략과 맞닿아 있다. 재치있는 문구와 트렌디한 감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에 남는 기업, 먹거리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식문화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경쟁사와 더 빠르다거나 더 싸다는 점으로 싸우기보다는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과거의 ‘전통적인 경제’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or network externalities)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일테다.

네트워크 효과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직접 네트워크 효과(direct network effect)란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서비스의 효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생각해보자. 나 혼자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아무런 효용이 없다. 메시지를 보낼 사람도, 받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카카오톡의 효용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간접 네트워크효과(indirect network effect)란 “소프트웨어의 개수가 많을수록 특정 하드웨어의 효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닌텐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닌텐도 게임기의 효용은 더욱 증가한다.

직접, 간접 네트워크 효과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the more, the better”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사이즈가 더 커질수록 해당 서비스는 더 좋아지고, 더 좋아지면 또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유인한다. 이러한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배달의 민족 역시 사용자의 수가 많을수록 서비스의 효용이 크게 증가한다. 수많은 사용자들의 리뷰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효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달 가능한 음식의 수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이 모여들고, 소비자가 더 많이 모여들수록 더 많은 음식 제공자들이 모여든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순환을 처음에 어떻게 발생시키느냐이다. 배민의 경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치믈리에 자격시험’, ‘떡볶이 마스터즈’, 재미있는 봉투 문구와 라이더 복장 등 주로 유머러스한 메시지를 통해 고객의 호감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초기 고객기반(installed base)를 빠르게 형성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하는 상황에서 초기 고객기반을 지키는 일이 만만치만은 않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뿐, 거래되는 배달 음식 자체는 애초에 같기 때문이다. 가격 할인, 쿠폰 등의 프로모션 전략은 자칫 장기적 수익만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네트워크 효과이다. 경쟁 브랜드와 다른 차별화된 가치, 경험 제공과 함께, 궁극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 더 많은 기업이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의 효용이 증가하는 요인을 반드시 창출해내야 한다. 그것은 제품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고, 제품 외의 새로운 서비스, 부가 기능 등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형성한 고객기반을 어떻게 락인(Lock-in)으로 유도할 것이냐가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 마케터들의 목표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가잼비는 ‘가격 대비 재미(잼)의 비율’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잼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펀(재미)과 컨슈머(소비자)를 합쳐 ‘펀슈머’라고 부른다. M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잼비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들은 펀슈머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예전에도 소비자들은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재미있는 광고나 CM송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과거 사례들과 최근 펀슈머 마케팅의 차이를 따지자면 과거에는 ‘재미’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구매와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같은 재치있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으는데서 그치지 않고, ‘치믈리에 자격시험’, ‘치슐랭가이드’, ‘떡볶이 마스터즈’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 그런 경우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어떤 재미를 원하는지이다.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이색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는 일명 ‘가잼비 콜로보레이션’은 소비자들이 의외의 결합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편의점에는 이색 콜라보 상품이 넘쳐난다. 밀가루 브랜드 곰표의 경우 팝콘, 나쵸, 맥주, 세제, 화장품, 아이스크림 등을 선보였고 구두약 브랜드 말표는 맥주, 막걸리, 에너지드링크 등을 편의점에 선보였다.

이런 사례들은 소비자들이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인 ‘뉴트로’에서도 재미를 느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재미의 특징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수록 펀슈머 마케팅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배달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기대는 ‘싸고, 빠르고, 정확하게 내가 주문한 상품을 전달해주는 서비스’이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배달의 민족’의 소비자는 주문자 뿐 만 아니라 라이더와 상품공급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방의 이익이나 편리함 만을 고려하지 않고 ‘배달의 민족’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주문자, 상품공급자, 그리고 라이더)의 이익과 편리함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야 말로 ‘배달의 민족’만의 가치를 만드는 마케팅 전략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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