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시장 경쟁 격화에 멍드는 자영업자들

배달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 기사 확보를 위한 경쟁이 격화하면서 전국 각지의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료를 대폭 인상한 데 더해 계약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OK!제보] "배달대행료 폭등에 계약보증금까지 등장"
경기도 양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배달대행업체 B사로부터 배달료를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오는 20일부터 배달 기본료를 3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1천원 인상하고 그동안 부과하지 않았던 우천 시 할증료(500원)까지 받겠다고 했다.

B사는 배달료 인상에 더해 계약보증금까지 도입했다.

의무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면서 가맹점에 계약 보증금으로 100만원을 예치하도록 한 것이다.

보증금은 계약기간 만료 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계약 만료 전 폐업 등 계약서에서 명시한 사유 이외의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받을 수 없게 된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다른 배달대행업체로 이동하지 못 하게 하는 일종의 '족쇄'인 셈이다.

A씨는 "보증금이 당장 부담스러우면 배달비에 1천원씩 더해 적립하는 식으로 내라고 하더라"며 "배달비 인상도 버거운데 3년 약정에 보증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노예계약이자 불공정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업체로부터 같은 내용을 통보받은 자영업자 C씨 역시 "2주도 안 남기고 변경 내용을 통보하면서 계약을 변경하지 않으면 배달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며 "이 업체와 제휴한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대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다가 상인들 전부 폐업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배달대행업체들의 배달료 인상은 이달 들어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배달료 인상의 배경에는 대형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촉발한 배달 기사 쟁탈전이 있다.

"단건 배달을 내세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배달 대행료를 5천원 이상 지급하는 이벤트를 앞세워 배달 기사를 빼앗아 가고 있어 배달 기사를 확보하려면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의 입장이다.

B사 역시 배달의민족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양주 지역 진출을 앞두고 배달 기본료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대행업체들은 내년 개정되는 고용보험법도 요금 인상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배달 기사도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포함되면서 배달대행업체가 보험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식당이 배달 기사 보험료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히 B사처럼 계약보증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한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가 가맹점으로부터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경우는 봤지만, 이렇게 계약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계약보증금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배달대행업체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요금 인상으로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은 자영업자들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배달 주문 고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오른 배달료를 음식값에 반영하기도 힘들고 인상분을 고스란히 감당하자니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한 업체가 배달료 수수료를 올리면 다른 업체도 배달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배달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배달 수수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졌다"면서 "자체적으로 배달 기사를 고용하거나 매장 상주 직원을 늘리고 직접 배달을 뛰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