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바꿨다"…서울시의회, 김헌동 SH 사장 후보에 맹공

김헌동 "서울시 상황 달라…경실련 상대 소송 취하 용의"

서울시의회가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낙점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를 향해 소신 문제를 거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날 열린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재건축과 관련한 김 후보자의 입장을 문제 삼았다.

이날 김 후보자는 "원칙은 고쳐서 쓰는 것이 정상"이라면서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재건축 확대는 상당 부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과 관련해 동의서를 제출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입장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정재웅 의원은 "경영과 소통 능력을 보면 굉장히 어이없는 후보 추천"이라며 "재건축·재개발이 필요 없다는 글까지 썼는데 소신이 바뀐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황인구 의원도 "(김 후보자가 몸담았던)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문제를 제기한 내용과 사장 후보 입장에서 얘기하는 부동산 정책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과거 공급 확대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 후보자는 "중앙정부 이야기를 하는 것과 서울시만 보고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시민운동가 때와 다르다"며 "법과 규정을 지켜가면서 하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SH 사장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 재개발·재건축 입장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부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지권 의원은 "진보 성향이 강한데 정체성까지 버리고 사장 후보자로 온 것"이라며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호평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공모에서 처음 탈락하고 난 뒤 서울시 관계자들과 만난 점을 거론하며 "사전에 모의하고 사전에 내정됐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택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평가"라며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공시지가는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택지는 민간에 한 평도 매각하면 안 된다'고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SH 사장이 돼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경실련이 SH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행정소송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SH가 상고 안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내 독단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법률적 문제가 없다면 취하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장이 되면 경실련이 요구한 내용과 형식 이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SH 이윤도 포함된다고 김 후보자는 설명했다.

경실련은 김 후보자가 경실련에 재직하던 2019년 SH를 상대로 아파트 공사비내역서 등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일부 승소했다.

SH가 즉각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