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구급대원 폭행 614건 달해…"구조활동 방해 행위 엄정 대응"
도와주러 갔다가 맞고 욕설 듣고…수난 끊이지 않는 구급대원들
구급대원 A씨는 지난 9월 자정께 '도와달라'는 신고를 받고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주택가로 출동했다.

그러나 구급차에서 내려 환자를 찾던 그에게 돌아온 건 보호자의 폭행이었다.

40대의 이 보호자는 A씨 이마를 한 차례 때리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한밤중에 경광등을 켜며 시끄럽게 찾아와 동네 사람들과 가족들이 모두 신고 사실을 알아버렸다는 게 이유였다.

전북소방본부 특별사법경찰은 이 보호자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구급대원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행당하고 욕설 듣는 일은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무 강도가 한층 높아지는 와중이어서 구급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614건에 달한다.

이 중 범행의 정도가 심한 17명은 구속됐다.

구급대원 폭행은 2018년 215건, 2019년 203건, 2020년 196건으로 매년 평균 200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111건에 달했다.

폭행은 대부분 술에 취한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

614건 중 주취자가 일으킨 경우가 540건(88%)이었다.

지난 8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술에 취한 60대 C씨가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그는 '이송이 빨리 안 된다'는 이유로 구급대원에게 욕설하고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를 옮기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맞는 일도 잦다.

20대 D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서 자신을 하차시키려는 구급대원들에게 "왜 만지냐"며 욕설을 내뱉고 주먹과 발로 폭행했다.

D씨는 당시 술에 취해있던 상태였다.

한 구급대원은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때리거나 욕설을 하기 때문에 술에 깨고 난 뒤면 '미안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이미 소방대원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뒤"라고 말했다.

도와주러 갔다가 맞고 욕설 듣고…수난 끊이지 않는 구급대원들
소방청은 구급대원 폭행 사건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구조나 구급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지난 9월에는 음주나 약물로 인한 형 면제 또는 감경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데도 소방대원은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과 대면하기 때문에 폭행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급대원 폭행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며 "구급 차량에 폐쇄회로(CC)TV나 영상 장비를 설치하는 등 폭행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