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당장 내년부터 전 금융권에 전례 없는 강력한 대출 규제가 도입되면서 이른바 '대출 절벽' 현상이 대두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는 DSR 규제 적용 기준이 총 대출액 1억원으로 확대된다.

제2금융권 DSR 기준도 강화된다. 현행 60% DSR 기준은 50%로 하향 조정된다. 그간 차주 단위 DSR 산정 시 배제됐던 카드론(장기카드대출)도 내년부터 포함된다. 다만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예외로 두는 사항은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날로 심화되면서 실수요자 보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약간의 숨통은 열어두는 방안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차주 단위 DSR 규제 확대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이 골자다.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을 조기에 정착시켜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2억원 초과 대출을 받을 경우 차주 단위 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내년 7월 도입 예정인 차주 단위 DSR 2단계가 6개월 조기 시행되는 것이다.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시 적용하는 DSR 3단계도 2023년 7월에서 2022년 7월로 앞당겨 적용된다. DSR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춰 연간 총부채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은행권은 DSR 40%가 적용된다.

2금융권에 대한 DSR도 현행 60%에서 50%로 내년 1월부터 강화된다. 1금융권에 대한 규제로 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카드론도 같은 시점부터 DSR 산정 항목에 포함한다. 그야말로 내년부터 전 금융권에 강력한 대출 규제 바람이 불어닥치는 셈이다.

다만 예외로 둔 실수요자 보호 대책은 있다. 우선 올해 총량규제에서 예외로 인정된 전세대출은 내년 DSR 규제 강화 시에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된 신용대출 한도도 실수요에 대한 일시적 예외를 적용한다. 결혼, 장례, 수술 등 실수요 인정 시 일정 기간 한도를 풀어주는 식이다. 차주단위 DSR 확대로 농민의 농지 등 비주담대 차주 대상 간소화된 사업자대출 절차도 마련된다.

정부는 금리인하요구권의 활용을 도모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서민금융 공급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공급을 올해 32조원에서 내년 35조원까지 늘리고, 서민금융상품 공급도 올해 9조6000억원에서 내년 10조원대까지 확대한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