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A씨는 지난 10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11일 강남구보건소에서 ‘재택치료나 생활치료센터 격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안내를 받아 “재택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튿날부터 17일까지 엿새가 지났지만 A씨는 기본적인 생활수칙은 물론 증상이 나빠지면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조차 안내받지 못했다. A씨는 “열, 두통, 몸살 증상이 나타나 담당 공무원과 역학조사관에게 30번 넘게 전화했지만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재택치료가 아니라 방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정부가 8일 발표한 ‘코로나19 재택치료 확대 조치’를 두고 현장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소아 등에게 제한적으로 시행하던 재택치료를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확진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더 이상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격리될 필요 없이 독감처럼 집에 머물면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확진자가 급증해도 의료체계에 부담을 덜 줄 수 있다. 확진자 수를 줄이는 대신 위중증 및 사망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재택치료가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하지만 현장에선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섣부르게 재택치료를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치료 기간엔 체온계·산소포화도측정기 등이 담긴 키트로 하루에 두 번씩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앱을 통해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재택치료 환자가 증가하면서 키트조차 받지 못한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B씨는 “키트가 오지 않아 문의했더니 ‘키트 배송이 밀려 있어 재택치료 기간(10일)이 끝날 때까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응급 핫라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정부는 재택치료를 하던 환자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면 24시간 비상연락망을 통해 비대면 진료·처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증상에 따라 응급실로 이송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환자들 사이에선 “응급 연락처는커녕 담당 공무원과 역학조사관조차 연락받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갑자기 병세가 나빠져도 어디로 연락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초기 일부 지역에서 혼선이 있었고,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이 같은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현장에선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한 보건소 관계자는 “기존에는 확진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것만으로 업무가 끝났지만, 재택치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행정직원들이 처리해야 한다”며 “인원 충원 없이 재택치료만 확대하는 건 ‘예고된 혼선’일 뿐”이라고 말했다.의료계에선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1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택치료 환자가 늘어나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기준 전국의 재택치료 환자는 3049명이다. 지난달 말(1500여 명)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선언적 조치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재조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의원급, 일반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이태원 최대 상권인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300m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내부에서부터 테라스까지 2인용 테이블 30여 개가 깔린 한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건물 1~2층을 차지한 한 ‘라운지바’ 앞에는 15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술집 직원 A씨는 “지난달 추석 직전부터 사람들이 돌아오더니 요즘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손님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다음달 예고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두고 이태원·강남 등 2030이 많이 몰리는 서울 주요 상권에는 벌써부터 활기가 넘치고 있다. 오랜 방역 규제로 억눌렸던 20~30대를 중심으로 일부 식당·술집 앞에 수십m 대기 줄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고강도 방역 조치로 1년6개월가량 침체했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1시간 기다려야 입장”이날 비슷한 시간대 이태원의 한 맥줏집에는 50석 중 45석이 차 있었다. 건너편에 있는 한 바에서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 스피커 앞에서 10여 명이 뒤엉켜 춤을 추고 있었다.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외국인을 포함해 수백 명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 간 간격은 1m도 채 안 돼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윤모씨(25)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이렇게 이태원에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30분째 택시도 못 잡고 있다”고 했다.이날 오후 7시께 강남역 주변의 한 헌팅술집에도 입장 대기 인원이 15명 있었다. 이곳 직원은 “입장하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대로 안쪽 일반 음식점인 삼겹살집 두 곳도 야외 테이블까지 사람이 전부 앉아 있었다.16일 서울 서촌에서 열린 한 사진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입장 대기 시간만 2시간30분에 달했다. 전시장 안에선 50㎝ 간격으로 2층부터 4층까지 관람객들이 줄을 선 채 전시를 관람했다. 사진전을 찾은 김모씨(25)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여유롭게 왔는데 예상외로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대면 소비 회복 기대”이들 상권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중순까지 유례없는 침체를 보인 곳이다. 술집과 유흥시설이 모여 있는 탓에 대규모 집단감염과 집합금지라는 악재를 동시에 겪었기 때문이다.지난해 5월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255명 나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올 2월만 하더라도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있는 1층 점포 36곳 중 휴업이나 폐업한 상점이 16곳에 달했다.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확 바뀐 상권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통해 매달 첫째주 토요일의 하루 지하철 이용객을 집계한 결과 지난 2일 6호선 이태원역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2만2180명이었다.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2월 수준(3만185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 1월(1만2650명)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8월(1만4420명), 9월(1만9570명)과 비교해도 이태원의 유동인구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호선 홍대입구역 하루 이용객은 1월 6만5659명에서 이달 10만7960명으로 불어났다.“백신 접종률 증가로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무뎌지면서 상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상회복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는 한 소비는 촉진될 것”이라며 “이런 추세를 이어가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위드 코로나 직후 방역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양길성/최예린/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로 국내 소·돼지고기 가격이 연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파와 공급망 붕괴로 육류 수입량이 줄고 가격은 뛰면서 국산 고깃값마저 밀어올리고 있다. 육류뿐만 아니라 치즈 분유 등 유제품과 가공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뛰면서 식탁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당 11만796원을 기록했다. 이달 6일 사상 처음으로 11만원을 돌파(11만432원)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9만8811원)에 비해 12.1%,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9만94원)보다 23% 뛰었다.국산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15일 기준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당 2만6132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4.7%, 2019년 말과 비교해선 47.1% 급등했다. 삼겹살 가격이 2만5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10년 만이다.글로벌 물류대란이 국내 소·돼지고기 가격을 더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육류 수출국인 미국의 인력난으로 현지 고기 가격이 오른 데다 물류대란으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입량이 줄고 있다. 올해 1~8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21만7709t으로 평년(26만7915t) 대비 1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유통사인 이마트는 선박을 통한 수입육 공급로가 막히자 항공편을 동원해 캐나다산 돈육 30t을 들여왔다. 수입육 가격도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돼지고기 수입단가는 지난 4월 ㎏당 3.59달러에서 7월 4.49달러로 3개월 새 25%나 올랐다.코로나19로 인한 집밥 트렌드와 재난지원금 지급도 국산 소·돼지고기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당 육류 소비 지출액은 2019년 2분기 5만5199원에서 올해 2분기 7만3823원으로 33.7% 증가했다. 최근엔 5차 재난지원금 효과가 더해져 육류 소비심리가 더 커졌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물류난과 국제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입량 감소, 가정 내 수요 증가 등으로 육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