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기남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
클리노믹스가 연초 미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진단 서비스의 일일 검사건수가 하반기에 더욱 늘어났다. 회사는 2021년 사상 최대 매출 및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으로 암 등의 질환을 분석하는 조기진단 신제품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교에 위치한 클리노믹스 수원지사에서 정종태 공동대표를 만났다. 그는 “델타 변이 확산과 함께 급증한 미국 법인의 코로나19 진단 매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클리노믹스는 올 상반기에 매출 99억원과 영업손실 5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69억원과 89억원이었다. 상반기만으로 작년 한 해 매출인 98억원도 넘어섰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정 대표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영 전문가다. 임상시험수탁기업(CRO)인 드림씨아이에스에서 전무 및 대표직을 수행했다. 클리노믹스에는 2019년에 합류했다.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클리노믹스는 협력사인 원드롭의 코로나19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진단키트 제품 50만개를 헝가리에 수출했다. 이어 8월에는 자체 개발한 제품인 ‘TrioDX’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TrioDX가 지난 2월에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며 클리노믹스 미국법인은 코로나19 진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리노믹스 미국 법인은 미국의 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클리아랩)과 협력해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진단하고 결과를 통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검사건수는 점점 늘어나 최근에는 하루 7000건 이상을 수행 중이다. 클리노믹스는 검사 장비를 증설하고 미국에 인력을 추가 파견하는 등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연내 자체 클리아랩을 설립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진단 서비스는 클리노믹스의 기술력과 경험을 충분히 활용했지만, 장기적인 핵심 사업은 아니라고 했다.

클리노믹스는 액체생검 및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을 모두 보유한 진단 전문 기업이다. 2018년 액체생검 기술을 보유한 클리노믹스와 유전체(게놈) 분석 기업인 제로믹스가 합병해 현재의 클리노믹스가 됐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함께 분석하는 ‘다중오믹스’

클리노믹스는 ‘다중오믹스’ 진단을 추구한다. 오믹스(omics)는 유전자와 단백질체, 대사체 등 질병 진단을 위한 생체의 단일 요소를 뜻한다. 다중오믹스는 여러 종류의 오믹스를 동시에 분석해서 종합적으로 질병을 진단 및 예측하는 기술이다.

게놈은 한 생명체가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전체 서열을 일컫는다. DNA 서열은 일반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게놈 분석은 평생 1회 검사만으로 충분하다. 게놈 분석 서비스만으로는 사업적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주요 복합질환의 발병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등 환경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전적 및 환경적 요인에 대한 종합적이고 주기적인 분석을 통해 질병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유전과 달리 환경 요인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개선될 수 있다”며 “주기적인 다중오믹스 진단이 맞춤형 건강관리에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클리노믹스는 환자군 및 일반인에 대한 게놈 분석을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찾아낸다. 이후 검사 대상자에게 액체생검을 실시하고 선별한 바이오마커를 검사한다. 여기에 흡연 및 운동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을 추가로 분석해 관련 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장비로 cfDNA와 CTC 각각 분리

액체생검은 혈액과 침 등 체액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클리노믹스는 액체생검 플랫폼인 ‘랩온어디스크(lab on a disk)’를 보유하고 있다. 혈액 분석, 면역 분석, 병원체 탐지, 희귀세포 분리, 분자진단 등 여러 진단 분야에 활용된다.

혈액을 원심분리해 세포유리DNA(cfDNA) 및 순환종양세포(CTC)를 각각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랩온어디스크 기술의 핵심이다. 순환종양세포는 혈액 속을 떠다니는 암세포다. cfDNA는 혈액 속을 떠돌아다니는 DNA의 파편이다.

체액에서 cfDNA 및 CTC를 각각 분리하면 조직생검 없이 환자의 유전체 외유전체 전사체 등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회사는 CTC와 cfDNA를 추출해 환자를 진단하는 자동화 의료기기인 'OPR2000'도 개발했다.

정 대표는 "CTC는 2~3시간 내에 사라지기 때문에 빠르게 분석해야 한다"며 "별도의 CTC 장비와 cfDNA 장비가 필요한 다른 기업과 달리 한 기계로 혈액에서 두 가지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클리노믹스 기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클리노믹스는 ‘게놈 기반 맞춤 건강관리’를 위한 분석 알고리즘, 시각화 방법 등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대표 제품은 10종의 암과 10종의 질환을 예측하는 ‘Geno-D’다.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 메틸화DNA, 전사체 등을 기반으로 생체 나이를 예측하는 ‘Geno-Aging’도 다중오믹스를 적용해 개발을 완료했다.

후속 제품으로는 위암, 대장암, 폐암, 중증 우울증 및 자살위험자를 예측하기 위한 4개의 조기진단 제품을 각각 개발하고 있다.

(2부에 계속)

수원=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