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요 증가로 오토바이 통행량이 늘면서 교통법규 위반과 관련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라이더는 교통법규를 준수하기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되레 번호판을 가리는 등 불법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 특성상 무인 카메라로 적발할 수 없는데도 경찰이 단속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순대·무판·꺾기' 번호판…단속 비웃는 라이더

번호판 가리는 라이더들

5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이륜차 사고는 2010년 1만950건에서 지난해 1만8280건으로 10년 동안 66.9%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같은 기간 22만6878건에서 20만9654건으로 7.5%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토바이에 대한 교통위반 부과 건수 역시 지난해 35만999건으로 전년 대비 22.5% 늘었다.

오토바이의 경우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자동차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규 준수로 대응해야 할 라이더 중 일부는 아예 번호판을 가리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는 실정이다.

라이더들 사이에서 ‘순대’라고 불리는 방법은 뒷좌석에 자물쇠를 연결해 번호판을 가리는 것을 뜻한다. 아예 번호판을 없애버리는 ‘무판’과 번호판을 꺾어 숫자를 가리는 ‘꺾기’도 라이더들이 쓰는 방식이다. 뒷좌석에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달아 번호가 인식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15년 경력의 오토바이 배달 라이더 김모씨(36)는 “법규를 위반하는 사람 대부분이 번호판을 훼손한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신호위반을 하는 라이더는 번호판을 접은 사례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한 시간 동안 배달하면 번호판을 가린 라이더 10명 이상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인단속 카메라로 못 잡아

오토바이 단속은 경찰이 직접 캠코더를 이용하거나 시민 제보를 받아 이뤄지고 있다. 오토바이는 앞에 번호판이 없기 때문에 무인 카메라로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인 단속카메라는 자동차의 전면 번호판을 인식할 뿐 후면 번호판은 촬영하지 못한다.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를 잡는 데 소극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라이더는 “얼마 전 경찰이 길을 막고 차량을 정지시키면서 단속하고 있었는데 한 오토바이가 단속을 피해 도망갔다”며 “불법 튜닝한 오토바이였는데 경찰은 도망가는 오토바이를 잡으러 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실적으로 오토바이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 일선서 경찰은 “오토바이를 추적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며 “경찰관 개인이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연말까지 ‘이륜차 특별 교통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에 대해 단속을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다. 번호판을 고의로 가리거나 훼손하는 이륜차도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국회에는 오토바이 전면 번호판 도입을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라이더들은 전면 번호판 도입에 부정적인 편이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협의회장은 “전면 번호판은 사고 발생 시 날카로운 흉기로 작용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애초부터 오토바이는 전면 번호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자인됐고 앞에 번호판을 장착한다고 해서 사고율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