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마케팅으로 ‘음식물 처리기’ 시장 주도
1조원. 2023년 예상되는 국내 음식물 처리기 시장 규모다.

그간 생소하게만 여겨졌던 이 제품은 주방 악취의 주범인 음식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며 올 들어 렌털·생활가전 업계의 ‘대세 제품’이 됐다.

지난 6~7월에만 현대렌탈케어, 쿠쿠, 신일전자, 캐리어에어컨 등 네 곳의 생활가전 기업에서 새 상품을 내놓았다.

이 중 현대렌탈케어는 2019년 한 차례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뛰어든 후 올해 초 판매를 중단하고 최근 재도전에 나선 기업이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이 시장을 그저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재도전인만큼 현대렌탈케어는 음식물 처리기 판매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타사와 차별화된 빌트인 구조를 개발하고, 업계 최초로 싱크대 배수관 교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시장에서 단숨에 주목 받는 기업으로 떠오른 현대렌탈케어의 전략을 살펴봤다.

상황 1 급성장한 음식물 처리기 시장
도전 1 차별화된 기능 강조한 마케팅

국내 음식물처리기 시장 매출 규모는 지난해 1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98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는 1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여름철 수요가 급증했다. 무더위에 쉽게 부패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다 청결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쿡(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잡으며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정점을 맞이했다.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제로웨이스트 운동(쓰레기를 줄이려는 움직임)’ 등 쓰레기 저감 노력이 활발해진 것도 한몫 했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앞다퉈 미생물 분해 음식물 처리기를 도입하는 추세다.

치열해진 시장에 뛰어든 만큼 현대렌탈케어는 다양한 연구를 했다. 급선무는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였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나온 ‘하이브리드 싱크케어 음식물 처리기’는 한층 진화한 빌트인 방식을 탑재했다. 개발은 음식물 처리기 전문 중소기업 ‘허머’가 맡았다.

현대렌탈케어에서 강조한 제품의 강점은 간편한 조작성이다. 싱크대 배수구에 기기를 직접 연결한 이 제품은 설거지 후 음식물을 거름망에 넣고 마개를 덮기만 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능을 갖췄다.

분해가 완료된 음식물은 배수관으로 알아서 배출되기 때문에 남은 찌꺼기를 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기존 미생물 분해 방식의 음식물 처리기와 달리 락스나 뜨거운 물을 사용해도 음식물 분해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밀폐형 S트랩 구조를 사용해 냄새가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고, 제품의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음성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자가 인식 시스템’을 적용해 ‘똑똑한 제품’ 수요를 잡았다.

상황 2 코로나19로 까다로워진 소비자
도전 2 위생 서비스 강조 전략

코로나19 유행은 더 위생적이고 깔끔한 제품에 대한 소비층 수요를 증폭시켰다. 이에 현대렌탈케어는 그간 위생·살균 기능을 강화한 정수기, 가정용 살균기 등 위생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위생케어 서비스는 이 상품만의 특화 서비스로 꼽힌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싱크대 배수관 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 후 2년이 된 시점에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전문 엔지니어의 배수관 교체 및 음식물 처리기 위생 관리를 받는 서비스다.

미생물 보충·거름망 등 각종 부품 지원(12개월 주기)과 배수관 살균 세척 서비스(12개월 주기)도 제공하고 있다.

이종경 현대렌탈케어 판매전략팀장은 “통상 렌털 업계에서 고객에게 2년에 한 번 음식물 처리기 설치 싱크대의 배수관 교체를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며 “이를 고려해 주기에 따라 직접 교체해주는 옵션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화 마케팅으로 ‘음식물 처리기’ 시장 주도


상황 3 비싼 렌털료 부담
도전 3 제휴 프로모션 통한 가격 절감

렌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한 가지 숙제가 있다. 바로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이다. 수 십 개월 씩 꾸준하게 렌털 비용이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현대렌탈케어는 각종 제휴 마케팅으로 해결에 나섰다. 여러 카드사와 손잡고 고객에게 ‘최대한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고 있다. 두 개 이상의 상품을 함께 렌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혜택 폭도 늘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싱크케어 음식물 처리기 마케팅에도 제휴 프로모션을 도입했다. 이 제품의 월 렌탈료는 3만 3900원이며, 의무 사용기간은 48개월이다.

이때 고객이 현대렌탈케어 제휴 신용카드인 ‘현대큐밍 하나카드’를 발급받으면 전월 30만원 이상을 사용한 경우 월 1만 3000원이 할인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조합해 월 최대 1만 8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읽어야 합니다”

현대렌탈케어 마케팅을 주도하는 이종경 팀장의 한 마디다. 현대렌탈케어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서는 민첩성이 높은 기업으로 렌털업계에서 꼽힌다.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렌털제품 설치기사와 직접 만나는 걸 꺼리는 소비자 분위기가 만연하자, 정수기 등 주요 제품에 자가관리 기능을 접목시키며 비대면 서비스 선호 고객을 사로잡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6% 늘어난 1105억원을 기록했다. 계정수는 40만개로 집계됐다.

이 팀장은 “최근의 위생·자가관리 키워드가 한동안 렌털업계에서 유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해 관련 제품군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행동(Consumer Behavior)’에 대한 이해 없이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단팥 없는 단팥빵’, ‘불멍 없는 캠핑’과 같다. 그만큼 마케팅에서 소비자행동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행동은 구체적으로 ‘문제인식, 정보탐색, 대안평가, 태도형성, 구매, 구매후과정’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을 단계별로 학습한다. 이 때 첫번째 출발점이 바로 ‘문제 인식(problem recognition)’이다.

문제 인식이란 쉽게 말해 우리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가 필요하다고 인지하는 것이다. 혹은 특정 욕구가 환기되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충동구매와 같이 문제 인식 없이 바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문제 인식이라는 첫 단계부터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문제 인식은 ‘실제 상태(actual state)’와 ‘바람직한 상태(desirable state)’의 차이(GAP)로 정의한다. 즉, (1)나의 실제 상태에 비해 바람직한 상태가 올라가거나, 반대로 (2)바람직한 상태는 그대로 있는데 나의 실제 상태가 줄어들면 문제 인식을 하게 된다. 혹은 이 두 가지가 함께 변화하면서 문제 인식을 하게 된다.

현대렌탈케어의 마케팅 역시 문제인식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증가하였다.

평소 같으면 음식물 처리에 대한 문제 인식 정도가 낮았겠지만, 코로나와 무더위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나의 ‘실제 상태’가 평소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위생적 배출에 대한 소비자의 문제 인식이 특별히 증가하였다.

현대렌탈케어는 이 과정에서 자사 음식물 처리기의 간편한 조작성, 스마트 자가 인식 시스템, 배수관 교체 서비스 등을 강조하면서 최신 음식물 처리기의 ‘바람직한 상태’ 역시 증가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였다. 다시 말해, 음식물 처리기가 없는 소비자의 문제 인식 “GAP”을 더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이러한 GAP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이 GAP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어필해야 한다. 문제 인식 단계에서 마케터의 역할은 소비자의 불충족된 욕구를 자극하고, 자사의 제품이 소비자의 특정 욕구를 잘 해결해주는 대표적인 수단임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행동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사의 마케팅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다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수단·목적 사슬 이론(MEC, Means-End Chain Theory)은 소비자가 왜 그 제품을 구매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제품의 어떤 특성(속성)이 소비자에게 바로 특별한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 특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과’나 ‘혜택’이 소비자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의 어떤 특성이 소비자가 자신의 삶의 가치라는 궁극적 목적(End)에 도달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단(Means)이라는 것이다. ‘제품의 특성→결과 혹은 혜택→삶의 가치’라는 연결 관계가 MEC 이론의 핵심이다.

현대렌탈케어 사례를 MEC 이론과 연결시켜 보자. 이 회사의 음식물 처리기는 찌꺼기를 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특성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이라는 혜택을 주고, 그로 인해 소비자가 ‘자유로움’이나 ‘시간적 여유’같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한다.

싱크대 배수관 교체 서비스라는 특성은 코로나19로 위생에 대한 니즈가 커진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그에 따라 소비자가 ‘안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현대렌탈케어의 음식물 처리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편리함’과 ‘안심’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크게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이런 혜택이 더 주목받은 이유는 특별한 맥락과 관련이 깊다.

먼저 ‘편리함’을 보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성가신 일이다. 그래서 음식물 처리기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마지막에 찌꺼기를 수거해야 한다면 편리함이 반감될 수 있다. 현대렌탈케어는 이 맥락에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심’은 코로나19라는 맥락 탓에 소비자들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혜택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개인적인 ‘편리함’과 ‘안심’에 더 우선해서 사회적 차원의 ‘환경’을 생각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제품의 어떤 특성이 소비자들에게 무슨 혜택을 줄 수 있고, 그것이 더불어 사는 소비자들의 삶의 어떤 가치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제품을 만나는 소비자들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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