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300명에게 2년간 1인당 125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서울 서초구의 ‘청년 기본소득’ 실험이 사실상 무산됐다. 기본소득 정책 실험을 둘러싸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이 구의회를 중심으로 이어지면서다.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초구가 올해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오던 청년 기본소득 실험은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서초구가 제출한 청년 기본소득 실험을 위한 조례 개정안은 서초구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초구의회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해당 개정안에 대한 안건 상정 및 심의를 보류했다.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안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서초구에선 관련 내용 수정이나 보완, 재상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구 관계자는 “청년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논의가 9개월 가까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무산 단계에 이르렀다”며 “내부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당초 구내 1년 이상 거주한 만 24~29세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청년 기본소득 실험을 계획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해 10월 구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노인은 노령연금, 아동은 아동수당이 있는데 경제적 취약계층인 청년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시작한다면 청년에게 먼저 적용할 수 있을지 등을 실험해보며 살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실험 대상은 희망자를 모아 서류심사와 무작위 추출로 선발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대상자에겐 1인당 매월 52만원(2020년 1인 가구 생계급여 기준)을 2년간 지급할 계획이었다. 1인당 총 지급액은 1250만원 수준이다. 소득 수준이나 취업 여부 등 전제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이 실험에 대한 반대나 우려가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관련 정책 실험은 필요하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다음 구의회 회기 때라도 다시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