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를 약속한 시점에 공급하지 못해 놓고 토지 매수인에게 각종 비용을 떠넘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LH가 택지 분양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LH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LH는 2008년 12월 ‘선(先)분양, 후(後)조성·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 계약을 이주자 등과 체결했다. LH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택지 조성 공사를 마치고 토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조사가 지체되면서 2014년 4월 말에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공사가 1년4개월 늦어지면서 그 기간만큼 토지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매수인들도 이에 따라 LH에 토지 매수대금을 뒤늦게 지급했다. LH는 이를 빌미로 토지 매수인에게 납부 의무가 없는 8억9000만원의 ‘지연손해금’(매매대금을 제때 내지 않아 발생한 손실의 보상금)을 내게 했다.

LH는 해당 기간 자신들이 내야 하는 토지 관련 재산세 5800만원도 매수인들에게 떠넘겼다. LH는 토지 공급 시점이 늦어질 것을 사전에 파악했지만, 매수인들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알려야 하는 계약상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 토지 공급 시점이 미뤄질 것을 예상하고 토지 매매 잔금의 납부 시점을 늦춰달라는 일부 매수인의 요청도 거절했다. 매수인에게 토지 공급이 계약한 시점에 진행될 것처럼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LH가 매매대금의 조기 회수에만 급급해 관련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했다”며 “계약상 의무인 토지 사용 가능 시기를 이행하지도 않고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토지 매수인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의 자의적 계약서 해석·적용으로 거래상대방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H는 해명자료를 내고 “매수인 일부의 토지는 계약한 토지 사용 가능 시기에 실제 사용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계약에 따라 매매 잔금을 내지 않은 토지에 대해 지연손해금·재산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