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가두리 밀집지 통영 연안에서만 89만 마리 폐사
8월 말 이후도 고수온 우려…피해 방지대책 없어 어민 발동동
적조 잠잠하니 절절 끓는 바다…가두리 양식장 비상
연일 이어진 폭염에 전국 최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지 경남 남해안에 고수온 비상이 걸렸다.

한여름 불청객 대명사인 '적조'가 잠잠한 대신, 바닷물 온도가 30도 가까이 올라 양식 물고기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통영시는 지난 2일부터 6일 사이 해상가두리 양식장 12곳에서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8일 밝혔다.

통영시는 전국 최대 해상 가두리 밀집지인 경남에서도 가장 양식장이 많은 곳이다.

산양읍 양식어가 6곳이 48만 마리, 욕지면 양식어가 3곳이 36만 마리, 도산면 양식어가 3곳이 5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피해액만 8억4천900여만원에 이른다.

어종별로는 찬물을 좋아해 고수온에 약한 조피볼락(우럭) 82만 마리가 폐사했다.

말쥐치는 5만 마리, 농어는 2만 마리가 죽었다.

경남에서는 2017년 양식어류 342만 마리(47억원), 2018년 686만 마리(91억원), 2019년 32만 마리(7억4천만원)가 고수온 영향으로 죽었다.

적조 잠잠하니 절절 끓는 바다…가두리 양식장 비상
적조생물이 뿜는 점액질이 아가미에 들러붙어 물고기를 단기간, 대규모로 질식사시키는 적조와 달리, 고수온은 물고기를 서서히, 지속적으로 죽게 한다.

달궈진 바닷물에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한 물고기가 통영 연안 양식장 곳곳에서 떠오른다.

통영시는 폐사 물고기에서 어병, 적조 흔적이 없어 고수온이 폐사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강한 햇볕으로 바닷물이 달궈지면서 지금 표층온도와 수심 10m 온도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며 "고수온으로 데미지를 입은 물고기 폐사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시 이외에도 해상 가두리가 성행하는 고성군, 거제시 등에서도 양식어류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바닷물 온도는 24도 아래가 정상이다.

여름철에 접어들면 강한 햇볕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수온이 25∼27도면 고수온 관심 단계를,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를, 28도가 3일 이상 지속하면 고수온 경보를 발령한다.

올해는 짧은 장마 후 폭염이 찾아오면서 바닷물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에 이어 지난 4일부터 경남 전 해역에 고수온 경보가 발령됐다.

경남도는 현재 남해안 수온이 29∼30도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5도 이상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육지와 달리 바다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서서히 식는다.

경남도, 통영시는 고수온이 폭염 기세가 한풀 꺾이는 8월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수 회장은 "산소 발생기, 차양막을 동원하고 있지만 고수온 피해를 막을 효과적 방법이 없다"며 "얼마나 더 피해가 생길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