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LG화학에 이어 금호석유화학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3년 만에 반기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특수’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B라텍스
NB라텍스

금호석화 분기 신기록 경신

금호석유화학은 올 2분기 연결 기준으로 2조1991억원의 매출과 75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6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4.3%, 527.3%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한 해 동안 74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한 분기 만에 이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NB라텍스
NB라텍스
대표적인 ‘효자상품’은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라텍스 장갑의 원료 NB라텍스다. 금호석유화학은 2007년 의료·헬스케어 소재 시장 공략을 위해 NB라텍스 연구개발에 착수한 후 꾸준한 증설로 세계 시장 1위를 지켜 왔다. 회사 관계자는 “NB라텍스로 생산한 장갑은 레스토랑 셰프가 많이 쓰는 제품”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의료 이슈가 생기면 의료용 제품의 수요가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타이어용 합성고무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까지 침체됐던 자동차 시장이 올 들어 살아나면서 타이어용 합성고무 수요가 급증했다. 올 2분기 합성고무 사업 부문에서 창출된 영업이익은 292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5.5%를 차지했다.

가전과 완구, 일회용품 등에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역시 수익성의 버팀목으로 꼽힌다. 2분기 중 합성수지 부문에서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08억원과 982억원이다.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올해 연간 실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반기에 벌어놓은 이익이 탄탄한 데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꾸준해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은 “이번 실적은 지난 10년간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서 홀로서기에 대한 임직원들의 믿음이 가져다준 결과”라며 “계속해서 초역대급 실적으로 시장에 저력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기대로 수요 견조”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롯데케미칼도 견조한 실적을 냈다. 이 회사는 이날 올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4조3520억원, 영업이익 594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2.3%, 1704.5% 증가했다. 한 달간의 충남 대산 공장 간이 보수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6238억원)보다 다소 줄긴 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 목표 달성엔 무리가 없었다. 이 회사가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후 3년 만이다.

롯데케미칼은 올레핀, 아로마틱 등의 기초 석유화학 제품뿐만 아니라 첨단소재 사업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소재로 쓰여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올레핀으로 영업이익 2710억원을 기록했다. 전자, 가전산업 호조 덕에 첨단소재사업 부문에서도 12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기대로 전방산업 수요가 증가하며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며 “하반기에는 국내 최초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 신설 등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