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물새 22종·고유종 47종 등 생물 2천150종 생장
과제는 유산 지역 확대, 중국 등 인접 국가와 협력 강화
'한국의 갯벌', 인정받은 가치는 철새 이동로의 핵심 장소
우리나라의 열다섯 번째 세계유산이자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이 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인정받은 가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철새 이동로인 황해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을 부양하는 핵심적 장소라는 점이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완전성, 진정성,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갖춰야 한다.

세부적 등재 기준은 모두 10개인데, 그중 하나만 만족해도 세계유산이 된다.

자연유산에 해당하는 기준 4개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최상의 자연 현상이나 자연미, 중요한 지형이나 지질, 동식물 진화와 발전에서 진행 과정 입증, 중요한 생물 서식지이다.

한국의 갯벌은 이 가운데 마지막 기준인 '과학이나 보존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한다'를 충족했다.

다만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갯벌이 지질·지형 다양성을 보유했고, 독특한 생물 군집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주장한 부분은 세계유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갯벌', 인정받은 가치는 철새 이동로의 핵심 장소
◇ '한국의 갯벌'은 철새 수백만 마리가 쉬어가는 이동 경로
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으로 이뤄진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에 있는 중요한 서식지이자 중간 기착지이다.

많은 철새는 한국의 갯벌에서 다음 여정을 위한 영양분을 비축한다.

일부 물떼새가 며칠을 쉬지 않고 비행하는 봄철에는 우리나라 갯벌이 특히 중요한 장소가 된다고 알려졌다.

국제기구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도혜선 담당관은 "한국의 갯벌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러시아, 알래스카로 향하는 철새가 쉬어가는 곳으로, 갯벌이 사라지면 새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며 "북한이나 일본에도 철새 기착지가 있지만, 서식지 특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더그 와킨스 EAAFP 대표는 "한국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간대(潮間帶·만조와 간조 해안선 사이 부분) 생태계를 보유한 황해를 보호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넓적부리도요나 알락꼬리마도요를 비롯한 수백만 마리의 철새에게 유익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갯벌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 22종과 해양 무척추동물 5종이 서식하며, 범게를 포함해 고유종 47종이 있다.

대표적 희귀 동물은 넓적부리도요,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흑두루미, 작은 돌고래인 상괭이 등이다.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지난 2016년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독일의 한 연구자는 한국의 갯벌에 대해 "지구상 온대 해양성 기후대의 다른 조간대 퇴적 해안과 비교하면 종 다양성이 괄목할 만한 수준이며, 북대서양 와덴해보다 거의 두 배나 많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갯벌', 인정받은 가치는 철새 이동로의 핵심 장소
◇ 유산 구역 늘리고 중국 등 인접국과 연계한 보존 방안 마련해야
IUCN은 한국의 갯벌을 평가한 뒤 네 단계 평가 체계 중 세 번째인 '반려'(Defer) 권고를 하면서 유산 구역이 좁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핵심 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충남 서천 북쪽에도 의미 있는 철새 서식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한 데에서 만족하지 않고, 유산 구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담당관은 "해안 곳곳에서 갯벌 생태계에 위협이 될 만한 개발이 이뤄졌다"며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지자체에 확장 등재를 독려하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과 북한, 중국과 연계해 철새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IUCN은 평가 보고서에서 평안도에 있는 북한 문덕철새보호구를 한국의 갯벌과 비교했다.

중국은 2019년 이미 '황해 보하이만 철새 서식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서식지를 추가해 확장 등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갯벌 등재 이후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하고, 유산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적 개발을 관리하라는 IUCN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