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규모인 한국 음원 시장에서 유튜브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뮤직의 월 이용자 수(MAU)는 375만여 명. 부동의 1위인 멜론(878만 명)과 2위 지니(506만 명)에 이은 3위다.

갤럭시 손잡고 큰 유튜브뮤직, 국내 음원시장 제패 나서나
하지만 음원업계에선 영상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이용자를 고려하면 유튜브가 음원 시장 1위라고 분석한다. 시장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8월 발간한 ‘2020 콘텐츠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음악감상 때 주로 이용하는 앱 1위는 유튜브(25.1%)였다. 멜론은 23.7%로 2위에 그쳤다. 유튜브뮤직(10.8%)과 유튜브 사용률을 더하면 35.9%로 멜론을 크게 앞지른다.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어떻게 음원 시장을 장악했을까. 음반업계에선 유튜브의 성장 동력으로 크게 두 가지 배경을 꼽는다. 첫째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펼친 마케팅이다. 유튜브는 2019년부터 갤럭시 구매자에게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다. 이는 매달 9500원을 내면 유튜브 중간광고를 제거해 주고, 유튜브뮤직 앱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 주는 구독 서비스다.

마케팅 시작 후 국내 유튜브뮤직 이용자가 급증했다. 모바일인덱스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만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뮤직 이용자는 2019년 1월 약 32만 명에서 지난달 375만여 명으로 불과 2년 사이에 약 11배 늘었다. 수천만 명의 전 세계 삼성 갤럭시 구매자들을 잠재 소비자로 포섭한 결과다. 소비자를 하나의 플랫폼에 정착시키는 ‘록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3개월 동안 쌓인 데이터는 유튜브의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 밑재료가 된다. 클릭 한 번이면 취향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다.

방대한 유튜버 생태계도 소비자를 유튜브에 붙들어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튜버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가 인기를 끌어서다. ‘코딩할 때 듣기 좋은 노래’(조회수 1400만 회), ‘마음이 복잡할 때 듣는 노래’(953만 회) 등 상황·감정별로 어울리는 노래 10여 곡을 모아놨다. 다른 음원 플랫폼은 재생 목록을 직접 제작한다. 양적으로 경쟁이 되질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음원 플랫폼에서 실시간 순위를 폐지하면서 음원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며 “차트를 통해 ‘모두가 듣는 음악’을 즐기던 소비자들이 ‘나를 위한 음악’으로 소비 방식을 바꾸면서 음원 유통 방식도 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