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전략 짜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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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운용자산이 883조원에 달하는 '큰 손' 국민연금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투자 전략을 재정비한다. 전통 경제학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급격한 경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 운용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번의 테일리스크에 고갈 시기 앞당겨져...방어력 높이는데 주력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내부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 내 전략리서치팀과 투자전략팀 주도로 진행됐다.
국민연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로 봤다. 탈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등이 투자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서 거대한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꼬리위험(tail risk·테일 리스크)이 어느 때보다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국민연금이 테일 리스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금 수급 구조 상 고갈이 예고된 연기금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예측대로면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1700조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57년 완전 고갈된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에 걸쳐 목표한 수익률을 거뒀을 때 얘기다. 한번의 테일 리스크 노출로도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 고도화 △대응력 높은 신규 자산군 발굴 △ESG(환경·사회·거버넌스)투자 확대라는 세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전략 측면에서 국민연금은 신뢰수준 포트폴리오 관리(TLPM·Trust Level Portfolio Management) 도입을 제안했다.
이 전략은 동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리스크 특성을 강화시키는 일종의 멀티에셋 전략으로, 테일 리스크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반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의 주요 벤치마크 대상인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주요 자산군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신규 자산군으로는 △테일 리스크 방어 자산 △사모대출(private dept) △무위험 유동성 자산 등 편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테일 리스크 방어 자산으로는 극단적인 시장 변동 속에서도 절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헤지펀드 등이 꼽힌다.
사모대출은 장기 저금리 흐름 속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는 채권의 대체재로 고려되고 있다. 채권의 낮은 수익률을 보완하면서 에쿼티(지분) 투자에 비해선 안정적인 투자라는 것이 국민연금의 생각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2019년 PDF를 투자 자산으로 도입한 이후 꾸준히 대출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르면 내년 사모대출 투자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모대출팀을 신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연금 급여 지출을 위한 무위험 유동성 자산군 편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연금은 2030년부터 기금운용수익을 제외한 연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이 때부턴 기금운용수익 일부를 연금 급여로 지출해야 한다. 대표적인 무위험 유동성 자산군으론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이나 현금 등이 거론된다.
◆기후변화는 거시적 위협...ESG투자 확대
마지막 제안 분야인 ESG투자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테일 리스크에 대한 방지 차원으로 해석했다. 기후변화를 거시적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고 투자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수탁자 책임의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도입한 이후 ESG 요소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ESG 통합'등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추세를 강화해 테일 리스크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초 '포스트 코로나' 전략 마련의 일환으로 거래 중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10여개의 주제에 대한 심층 보고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주제군에는 거시경제 전망을 비롯해 ESG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투자 분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행보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최근 고민을 대변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가 언제 끝날지 자체도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기초적인 자산의 성격부터 이들로 구성되는 자산배분의 공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만큼 높아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한번의 테일리스크에 고갈 시기 앞당겨져...방어력 높이는데 주력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내부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 내 전략리서치팀과 투자전략팀 주도로 진행됐다.
국민연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로 봤다. 탈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등이 투자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서 거대한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꼬리위험(tail risk·테일 리스크)이 어느 때보다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국민연금이 테일 리스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금 수급 구조 상 고갈이 예고된 연기금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예측대로면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1700조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57년 완전 고갈된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에 걸쳐 목표한 수익률을 거뒀을 때 얘기다. 한번의 테일 리스크 노출로도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 고도화 △대응력 높은 신규 자산군 발굴 △ESG(환경·사회·거버넌스)투자 확대라는 세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전략 측면에서 국민연금은 신뢰수준 포트폴리오 관리(TLPM·Trust Level Portfolio Management) 도입을 제안했다.
이 전략은 동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리스크 특성을 강화시키는 일종의 멀티에셋 전략으로, 테일 리스크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반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의 주요 벤치마크 대상인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주요 자산군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신규 자산군으로는 △테일 리스크 방어 자산 △사모대출(private dept) △무위험 유동성 자산 등 편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테일 리스크 방어 자산으로는 극단적인 시장 변동 속에서도 절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헤지펀드 등이 꼽힌다.
사모대출은 장기 저금리 흐름 속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는 채권의 대체재로 고려되고 있다. 채권의 낮은 수익률을 보완하면서 에쿼티(지분) 투자에 비해선 안정적인 투자라는 것이 국민연금의 생각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2019년 PDF를 투자 자산으로 도입한 이후 꾸준히 대출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르면 내년 사모대출 투자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모대출팀을 신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연금 급여 지출을 위한 무위험 유동성 자산군 편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연금은 2030년부터 기금운용수익을 제외한 연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이 때부턴 기금운용수익 일부를 연금 급여로 지출해야 한다. 대표적인 무위험 유동성 자산군으론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이나 현금 등이 거론된다.
◆기후변화는 거시적 위협...ESG투자 확대
마지막 제안 분야인 ESG투자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테일 리스크에 대한 방지 차원으로 해석했다. 기후변화를 거시적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고 투자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수탁자 책임의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도입한 이후 ESG 요소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ESG 통합'등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추세를 강화해 테일 리스크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초 '포스트 코로나' 전략 마련의 일환으로 거래 중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10여개의 주제에 대한 심층 보고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주제군에는 거시경제 전망을 비롯해 ESG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투자 분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행보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최근 고민을 대변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가 언제 끝날지 자체도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기초적인 자산의 성격부터 이들로 구성되는 자산배분의 공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만큼 높아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