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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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택배노동조합이 9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조 "적용시점 1년 유예 수용 못해"

택배노조는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사회적 합의안은 최종적으로 결렬됐다"며 "4개 택배사 대리점 연합회와 우정사업본부가 불참해 합의안을 타결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합의안 적용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택배사의 주장에 노조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합의가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에서는 지난 1월 타결된 1차 사회적 합의를 이행할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택배노조와 택배사,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앞서 1차 합의를 통해 택배 기사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현장에서 이행할 세부적 방안은 5개월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는 게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1차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85%에 달하는 택배 기사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등이 1차 합의 이후 분류인력 4000명을 투입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현장에는 분류작업을 하는 기사가 많다는 것이다. 노조는 택배 분류작업을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공짜노동’으로 지적하며 과로사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택배노조는 합의안의 적용 시점을 미루려는 택배사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숨진 후 1월 합의에서 택배사들은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또다시 준비기간과 계약관계를 이유로 합의 적용을 유예하자는 택배사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2100명 무기한 파업

택배노조는 9일부터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쟁의권이 있는 전국의 조합원 2100여명은 무기한 전면 파업, 쟁의권이 없는 나머지 조합원들은 9시에 출근해 11시에 배송을 출발하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 진 위원장은 "분류 인력을 따로 투입하지 않는 우체국 택배는 사실상 마비 수준이 될 것"이라며 "로젠, 한진, 롯데 택배에서는 임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합의는 오후 2시부터 4시간 넘게 이어졌다. 합의에서는 분류작업 외에도 주 5일제, 주당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한양대 직업환경의학연구소는 택배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연구용역 조사 결과를 내놨다. 연구소는 적절한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이나, 현실 조건을 감안해 주당 60시간의 노동시간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합의문 초안에 택배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의무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노동시간이 줄어들 때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거부했다. 진 위원장은 "노동 시간을 맞추려면 배송 물량이 감소하는데, 국토부 초안에는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무조항만 있고 소득을 보전할 대책이 빠져있다"며 "합의가 현격한 임금 감소로 귀결되면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앞으로 사회적 합의기구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회의는 오는 15일과 16일로 예정됐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