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포스텍에 준공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시 제공
2016년 포스텍에 준공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에는 미국 등 전 세계 5개국만 보유하고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포스텍(포항공대)에 들어서 있다. 이 시설은 질병을 유발하는 세포막단백질을 초고화질로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미래 신약개발용 핵심 연구장비다.

'바이오·메디컬 허브' 선언한 포항…포스텍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치
포항시가 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철강산업이 한동안 침체기를 겪으면서 대안을 물색해 온 포항시가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적극 유치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포항시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252억원을 투자해 포스텍에 문을 연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센터(BOIC)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에는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의 연구소와 자폐증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뮤노바이옴, 천연 고분자소재 개발기업 에이엔폴리 등 바이오기업이 입주해 있다. 포스텍의 구조기반 신약 개발 연구팀, 인공장기 연구팀 등도 같이 있다.

BOIC에 이어 이달엔 세포막단백질연구소도 문을 연다. 포항시는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설립되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를 통해 질병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포막단백질을 분석하면 ‘구조기반 신약’ 개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기반 신약은 방사광가속기와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사용해 표적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히고, 그 구조를 활용해 맞춤형 신약후보 물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방식이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도 바이오기업 네 곳이 총 4000억원의 투자협약을 맺어 바이오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의약 및 약학 연구개발업체인 바이오파머는 지구 내 2만400㎡ 부지에 460억원을 들여 벤토나이트를 활용한 신약 개발 및 의약품 원료 제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는 30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5만1846㎡에 헬스케어 임상센터, 연구개발센터, 시제품 생산시설 등을 건립한다.

포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는 스위스 바젤이다. 바젤은 인구 20만 명 규모의 작은 도시지만, 노바티스와 로슈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600여 개의 바이오 기업과 40여 개 과학연구기관이 몰려있다. 방사광가속기 등 신약 개발 인프라와 바젤대를 중심으로 한 R&D도 활발하다.

'바이오·메디컬 허브' 선언한 포항…포스텍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치
김종식 포항시 일자리경제실장은 “포항도 포스텍과 한동대를 중심으로 300여 명의 풍부한 석·박사급 바이오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추진 중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은 포항이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250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K바이오 랩 허브 사업은 오는 7월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강덕 시장(사진)은 “포항은 철강경기 침체와 2017년 5.4 규모의 지진, 코로나19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포항을 K바이오 랩 허브로 조성해 지역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