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 정책 책임자인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26일(현지시간) "쿼드(Quad)는 고급 사교 모임(fancy club)이 아니다"며 '쿼드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쿼드 확대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중국에 대해선 "광범위하게 관여(engagement)로 묘사되는 시대는 끝났다"며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려해야할 때가 올 수 있다"고도 했다.

캠벨 조정관은 이날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영연구센터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서 중국 정책이 경쟁이 될 것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인도와의 국경 분쟁,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 '늑대 전사'를 자처하는 중국 외교관들이 호전적 행태 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정책이 그런 전환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거친 강대국' 또는 '강경한 강대국'으로의 이행을 상징한다고 했다.

또 미국이 아시아에서 구축을 도와준 민주주의 운영체제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의 부상 때문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그 운영체계를 이용하는 일본, 한국, 유럽국가 등 아시아와 세계 전역에서 역할을 더 많이 하길 원하는 다른 국가들의 힘으로 그 운영체계가 활력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하도록 민주주의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발언이다. 동시에 아시아 국가 중 일본과 함께 한국을 언급한 것은, 한국이 중국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캠벨 조정관은 특히 "아시아에서 경제 전략 없이는 (미국의 정책이)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관련, 캠벨 조정관은 중국을 견제할 인프라 전략을 주제로 올해 가을에 쿼드 대면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대일로'라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도 쿼드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일대일로에 대항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 구상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에 대해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매우 이념적이지만 동시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면서도 경제에 지독히 관심있지는 않다"라고 평가했다.

캠벨은 "시 주석은 2012년 권력을 잡은 뒤 집단 지도체제를 위해 설계된, 40년간 이어진 통치체계를 거의 완전히 해체했다"며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 외교관들은 권력 핵심부에서 100마일쯤 멀리 떨어져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