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감정노동자들의 눈물과 정신건강서비스
갑질과 감정노동자

주한 벨기에 대사의 부인이 옷가게 직원을 폭행한 일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물론이고 BBC 등 외신들까지 해당 사건을 소개했다. 적지 않은 외신들은 대사 부인이 체포나 구금을 피할 수 있는 외교적 면책특권 대상이라는 주장이 알려지며 한국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당시 현장이 담긴 CCTV 화면과 폭행을 당해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직원의 사진까지 게재했다.

코로나블루시대 감정노동자들의 상처


옷가게 매장에서 신발을 신은 채 흰 바지를 입어보는가 하면, 매장 직원이 구매 여부를 확인했다는 이유로 직원의 뒤통수와 매니저의 뺨을 때린 것이 CCTV화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분을 샀다는 언론의 보도들이 많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기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는 코로나블루시대에 감정노동자들의 상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감정노동자들의 상처를 해소시켜주는 시스템은 역부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웃는지 우는지 애매한 표정의 감정노동자, 머리에 안전모를 쓰거나 붕대를 감은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안전보건 포스터들을 공개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포스터는 경비원, 콜센터, 마트 종사자를 모델로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고객의 폭언 등으로 상처를 받아도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노동자의 아픔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상처받는 감정노동자들 통계

국가인권위가 공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장비 설치·수리, 가스점검, 수도계량기 검침 등 가정을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들 4명 중 1명은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행이나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이 심해지면 적극적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

응답자들의 감정노동 경험을 평가도구 한국판 감정노동척도를 활용해 측정한 결과 정상을 벗어난 위험수치를 나타냈다. 그리고 22.4%는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41%가량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했다.

팬데믹 시대 시들어가는 감정노동자들의 감정상태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에서 조사 참여자 22.1%는 수입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렇기에 막연한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55.9%는 고객에게서 혐오나 불쾌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응답자 약 91%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화나고 힘들어도 속으로 삭이기만 했지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어하는 감정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갈등 속에서 그리고 계속될 것 같은 우울한 터널 속에서 마음껏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효과를 볼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화성에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T.T ZONE(티티존)’이다. 마음을 적시는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실컷 울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감정의 찌꺼기를 눈물을 통해서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티티존은?

티티존은 2019년 9월 문을 열었다고 한다. 방문자가 늘어났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열고 닫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티티존을 제안한 이는 흔히 눈물에 인색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중년 남성이었다고 한다. 2018년 화성시가 정책공모전을 열었는데 “중년 남성도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서비스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 100만 명 시대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1993년 문을 연 ‘아워하우스(OURHOUSE)’라는 단체가 있다. 이곳은 스스로를 슬픔지원센터(Grief Support Center)라고 소개한다. 슬픔을 자연스러움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주위와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티티존과 유사한 ‘눈물의 방’도 운영한다.

눈물을 흘리는 행위가 치유에 도움을

일본의 민간단체인 루이카츠(淚活·눈물 활동)는 함께 모여 눈물을 흘리는 행사를 연다. 한 번에 10명가량이 모여 슬픈 영상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해소한다. 눈물 소믈리에, 눈물 치료사 등의 직업도 생겼다. 그만큼 눈물의 치유 효과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

지난해 12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0%가 우울위험군으로 조사됐다. 2019년 79만 명이던 우울증 진료 인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60만 명에 육박했다. 연간 진료 인원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울감 솔직하게 털어놓는 분위기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0곳이 넘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다. 우울감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솔직히 터놓은 걸 꺼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본인의 감정 상태나 스트레스 변화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되도록 빨리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한 에너지가 되어주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비타민 같은 미소한번 시원하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한경닷컴 The Lifeist> 박영실박사 -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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