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킹콩!
< 프롤로그>

이 시대의 현대인은 항상 강한 모습과 웃는 얼굴을 강요당하듯 살아간다. 그만큼 현실에서 도태되지 않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믿었던 사람에게 교묘히 배신당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쳐진 사람들은 자신만의 반려동물을 통해 대화하고 스킨십으로 위안을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최소한 배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화< 킹콩(King Kong), 2005>에서 배우를 꿈꾸는 여주인공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가난과 열등감에 시달리다가 엄청난 괴수지만 자신을 소중히 지켜주는 킹콩과 마음의 교감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상대의 외모가 어떻든 간에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대상이 필요한 외로운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킹콩!
출처:네이버 영화

< 영화 줄거리 요약>

대공황 시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영화감독 칼 덴햄(잭 블랙 분)은 거리에서 우연히 발굴한 매력적인 여인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 분)와 지적인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애드리안 브로디 분)과 함께 영화 촬영을 위해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해골 섬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수억만 년 전의 고대 정글이 고스란히 존재하는 해골 섬에서 전설로만 들어왔던 거대한 킹콩과 맞닥뜨린다.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제물로 바쳐진 앤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킹콩은 공룡과 혈전을 벌이며 그녀를 지켜내고 그녀도 서서히 킹콩의 순수함에 마음을 열고 교감하게 된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욕망에 사로잡힌 감독 덴햄은 킹콩이 앤에게 마음을 빼앗긴 틈을 타 킹콩을 뉴욕으로 생포해온다. 뉴욕 도심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킹콩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야수의 본능을 드러내며 뉴욕 도심을 휩쓸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거대 병력을 동원해 킹콩에게 빗발치는 공격을 퍼붓고 킹콩은 공격을 피해 앤을 데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올라간다. 빌딩 꼭대기에서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킹콩은 사랑하는 앤을 보호하기 위해 잔인한 인간들에 맞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킹콩!
출처:네이버 영화

< 관전 포인트>

A.영화제작 배경은?

1932년 작 < 킹콩>의 리메이크판으로 < 반지의 제왕 시리즈, 2001~2003>의 성공을 이뤄낸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음향편집상, 음향 효과상을 수상하며 흥행에 성공하였다. 영화에서 킹콩과 3마리의 바스타토 사우루스 렉스 공룡이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영화< 쥬라기 공원>보다 리얼하고 스펙타클하다. 2017년 헬리콥터 부대와의 격전 신이 유명한 < 콩:스컬 아일랜드(Kong:Skull Island)>이 개봉되었고, 2021년 신화 같은 존재들인 고질라와 콩의 대격돌을 그린 < 고질라 VS·콩>이 개봉 예정이다.

B.괴수보다 더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은?

@삼류 감독 칼 덴햄은 바닥까지 추락한 자신의 인생을 되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는데도 영사기를 돌리는 모습에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음을 보여준다 @킹콩이 여배우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을 간파하고 킹콩에게 강력한 마취제인 클로로포름을 던져 생포하여 뉴욕까지 배에 싣고 와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 흥행을 노리다가 결국 킹콩이 분노하면서 아수라장이 되고 킹콩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1997년 개봉한 < 쥬라기 공원 2-잃어버린 세계>에서 탐욕적인 공룡 사냥꾼들은 티라노 사우루스를 싣고 샌디에이고 항구로 데려오는 장면은 킹콩을 뉴욕으로 데려오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킹콩이 무서운 괴수일 수 있지만, 자연을 훼손하는 탐욕에 가득 찬 인간을 심판하는 신적인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C.킹콩의 순수했던 모습은?

비록 제물로 바쳐진 여자였지만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었고 그녀를 존중하고 보호하게 된다. 또한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항구까지 달려갔다가 결국 감독 일행에게 생포되어 뉴욕으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잠시 앤과 센트럴 파크 호수에서 스케이팅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막강한 군인들의 공격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해골 섬의 석양과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교감한 킹콩은 그녀를 안전하게 내려준다. 앤은 공격하는 비행기 앞에 “제발 그만 해요’라며 온몸으로 킹콩을 보호하려 하지만 무차별 사격에 킹콩은 추락하여 죽게 된다.

D.킹콩이 죽은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기자들에게  덴햄 감독이 얘기한 것은?

킹콩의 마음을 간파하고 앤을 이용하여 도시로 납치해온 칼 덴햄 감독은 “왜 저 위까지 올라가 죽었나”라는 기자들에게 “비행기가 죽인 게 아니고, 짐승을 죽인 건 미녀였던 거야”라고 진술한다. 즉 사랑도 이기적으로 하는 인간과 달리 킹콩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앤을 아끼고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다.

E.킹콩을 연기한 배우는?

영화 속 거대한 킹콩은 7.6m, 6,300kg의 사람도 유인원도 아닌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킹콩의 감정과 움직임을 반영하기 위해 <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가 르완다에서 2달 동안 야생 고릴라를 관찰하며 모션 캡처 기술로 촬영된 킹콩의 움직임과 표정에 근육 애니메이션 기술과 헤어 애니메이션 기술을 접목하여 실제 살아 숨 쉬는 듯한 킹콩을 표현하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킹콩!
출처:네이버 영화

< 에필로그>

킹콩은 괴수지만 가식이나 이기심 없이 사랑을 위해 죽어 겉은 미사여구로 번드르르하지만 속은 무서운 탐욕에 가득 찬 이중적인 인간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명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히 살기 위해 욕심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에서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모두 놓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