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비 할래? 꽃 할래?
여인의 머리에 있는 꽃을 보고
나비가 날아왔고
그 나비가 여인의 손에 앉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늘 다른 생각을 한다
여인의 한손에는 꽃이 있고
다른 손에는 나비가 있다

꽃과 나비는 그 상징이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사연이 생긴다

세간에서는 남자를 나비로 여자를 꽃으로 보기도 하지만
꽃은 수동이고 기다려야 하고 부동이지만
나비는 능동이고 자기 원하는 대로 날고 활동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은 여러 형태가 만들어지지만
크게는 누군가는 나비 역할을 하고 누군가는 꽃 역할을 한다
남과 여,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서로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기도 한다

남자도 꽃 역할을 할 수 있고 여자도 나비가 될 수도 있다
19세기에는 남자가 나비였다가
21세기에는 여자가 나비가 될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몰라
사랑만 해도 모자랄 그 짧은 세월에

그리워하고 미워하고 안타까와하고
울고 불고 싸우고 상사병에 걸리고
지지고 볶고 삶고 찌고 굽는다

외로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사랑을 할 수 있으며
그리워 밤을 새워보지 않은 자가 어찌 사랑을 논할 수 있으며
상대방 때문에 괴로워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인생을 안다 하리요

그러나 이제는 조용히 건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애써 요즘 세상이 원하는 쿨을 위해서도 아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만 내가 나를 추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너 나비 할래? 그럼 나 꽃 할게!
싫으면 너 꽃 해! 내가 나비 할게!
네가 먼저 정해도 좋고 지내다가 저절로 정해져도 좋단다

그러나 부디 제발 네가 나비도 하고 꽃도 하지는 마
네 맘대로 나비 했다가 꽃 했다가 하지는 마
너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유전자는 그러지 못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