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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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자녀를 키우며 경기도 광주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3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주변에서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서다. 매물도 없는데다 최근에는 5억원까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조급해졌다. 김씨는 "앞으로 3년 정도는 안심하고 산다지만, 집값이 워낙 올랐고 외벌이다보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할 형편도 안된다"며 "어디라도 아파트 분양을 받아서 차익으로 전셋값에 보태거나 근처에서 집을 살 때 보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서 '기타경기'를 타깃으로 청약을 넣고 있다.

집값이 급등한데다 인기 주거지역은 높을 경쟁률로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분양보험'에 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어디라도 당첨이 되서 차익실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차익실현이 어렵더라도 일단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라는 얘기다. 집이 아예 없어서 '벼락거지'로 전락할 바에는 '분양보험'이라고 들어 상대적인 박탈감은 만회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집값이 월급보다 더 빠르게 오른다"

경기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택지지구의 경우엔 해당지역 외에도 기회가 있는데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세대원도 청약 1순위로 참여할 수 있어서다. 김 씨와 같은 주부나 중장년층의 성인 자녀인 20~30대들이 이러한 분양에 열심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해말부터는 비규제지역에 20대들의 신청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 내 집 마련과 관련되 커뮤니티와 카페에는 '부린이(부동산+어린이의 합성어)'를 자처하면서 청약에 뛰어는 20대들을 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연령대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이하 아파트 매입 건수는 3만617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이하가 7098건, 30대는 2만9079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9년 1월 이래 각각 최고치를 경신했다. 총 거래 10만6027건 중 34.06%의 비중을 차지했다. 아파트를 산 10명 중 3명이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기존 아파트는 20~30대들이 증여를 통해 취득하고 있는 반면, 일반인들은 외곽이라도 분양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아파트는 20~30대들이 증여를 통해 취득하고 있는 반면, 일반인들은 외곽이라도 분양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들 20~30대는 증여나 영끌이 가능한 능력있는 젊은 층이라는 분석이다. 대출규제까지 있는 와중에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면서 서울·경기권의 아파트를 직접 매매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내 집 마련 내지 차익실현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분양 보험'을 들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청약에 열심히라는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다니고 있지만, 월급을 모으는 것보다 집값이 상승하는 게 더 빠르다보니 청약을 열심히 하더라"라며 "주변 친구들도 청약통장을 가입하고 단톡으로 정보공유를 하고 나오는 곳마다 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창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나이인데,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고 그저 씁쓸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확대하면서 경기도 31개 시‧군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경기도에서 전역이 규제가 없는 곳은 가평, 양평, 여주, 이천, 연천, 동두천, 포천 등 7곳 뿐이다. 때마침 가평과 양평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까지 나오면서 이처럼 '분양보험'에 들려는 수요자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지역은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청약 당첨일 기준 6개월 이후에는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중형인 전용 74~84㎡의 분양가는 2억원 후반대~3억원 중후반대로 분포됐다. 분양가를 3억원으로 놓고 보면 1억원이 없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분양권에 웃돈이 붙는다면, 3000만원을 투자해 6개월 뒤에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약통장 들고 양평·가평가는 20~30대들

인구가 11만명 정도인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지난해 5곳, 2079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전원주택이나 일반주택 수요와 공급이 대부분이었던 지역에서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청약에서는 미달이 났다. 그러다가 정부가 규제지역을 확대하면서 작년 11월부터 수요자들이 몰려들더니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히 줄었다. 포레나 양평(438가구)과 양평 다문지구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740가구)는 분양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작년말 모든 가구의 계약이 완료됐다. 분양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한라는 내달 1602가구 대단지인 '양평역 한라비발디'를 공급할 예정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완판(완전판매)까지 반 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조기에 팔려 나가서 놀랐다"며 "20~30대의 젊은 청약자들의 다른 현장에 비해 많은 편인데다 미계약분을 문의하는 전화도 꾸준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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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비규제지역인 가평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가평종합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가평 자이'(505가구)와 ‘e편한세상 가평퍼스트원’(472가구)가 이달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현장에는 젊은층들의 문의가 많다는 전언이다.

경기도 소재의 대학생 김모씨(24)는 "원래 학교에 예비역을 중심으로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는 모임들이 많았는데, 작년부터는 부동산 공부한다는 모임들이 생기고 있다"며 "토익보다는 부동산 공부하는 게 낫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다보니 부모님이 하시는 부동산 얘기를 워낙 많이 듣게 됐다"며 "부모님도 '월급 받아서 집 사는 것 보다 한시라도 빨리 어떻게든 집 한채 마련하는 게 낫겠다'고 하시는데 처음에는 와닿지 않다가 동네 집값이 올라가는 걸 보니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부동산 카페 활동을 끊었다는 김씨의 친구인 이모씨는 "카페에서 집값이 얼마가 올랐고 더 오를 호재가 있다는 자랑을 들으면서 '나도 도전해 봐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10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워낙 많다보니 '닿을 수 없는 곳이구나' 싶어서 들어가보지 않는다"라며 "어떤 집은 둘째치고 집이 없으면 벼락거지로 전락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