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은행원의 절규…"이 주식 샀다가 5000만원 까먹어"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캐프에 1.3억 투자한 은행원
“투자 손실로 신혼살림 힘들어
상장할 땐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
실적 좋아도 배당 없고 IR 부진
이럴 거면 왜 상장했나 의문”
사측도 주가 부양 소극적 대응
독립리서치 “불통 땐 자진 상폐해야”
법조계 “상장사 IR 제도적 강제성 필요”
“투자 손실로 신혼살림 힘들어
상장할 땐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
실적 좋아도 배당 없고 IR 부진
이럴 거면 왜 상장했나 의문”
사측도 주가 부양 소극적 대응
독립리서치 “불통 땐 자진 상폐해야”
법조계 “상장사 IR 제도적 강제성 필요”
여기 주식 투자 경력 19년 3개월 차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편집자주>
90년생 은행원 이 모씨는 21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작년에 결혼을 해서 웃음꽃이 필 법도 한데, 주식 투자로 쓴맛을 보고 있어 신혼살림이 마냥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돈이 묶여서 겨우 전세살이 중이라고 한다.
그의 사연은 이러하다. 대구 출신인 그는 2015년 대학교 졸업 후 서울 00은행에 취업에 성공하게 된다. 직장 선배 권유로 주식 투자를 하게 됐는데 ‘초심자의 행운’으로 수익을 맛보게 된다. 이후 캐프(옛 엔피디)란 종목을 알게 된다. 이 씨는 “선배가 캐프를 사놓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샀다”며 “물타기(주식 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 매수)를 4년간 지속하면서 1억3000만원 정도 투자금이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그의 주식 잔고엔 3382원에 산 3만8603주가 찍혀 있다. 장기 투자를 했지만 5000만원 손실이란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공모가 5400원인 회사가 반토막이 더 났는데 상장사가 최소한의 IR 활동과 주주들을 위한 배당 등에 있어서 굉장히 소극적이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뭘로 생각하는지, 이럴 거면 왜 상장했는지 의문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상장 당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더니 이익이 나도 주주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며 회사를 저격했다. 이어 “저는 원금 이하에서는 주식을 매도할 수 없는 입장이다”며 “최소한의 주가 부양 노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연을 듣고 회사 측에 바로 연락을 취했으나 회사 측은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이 회사는 2010년 2월 2일 전자제품 및 부품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20년 3월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휴대전화 부품 제조사 엔피디로 수요예측을 했고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32.65대 1로 굴욕을 겪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307.5대 1의 경쟁률로 공모가 밴드 하단인 5400원에 결정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0.09% 떨어진 3775원에 종가 마감했다. 이후 약 두 달 만인 5월 25일 장중 6600원을 찍기도 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소외주로 전락한다.
주요 사업 내용은 스마트폰 FPCA 생산·판매를 하는 SMT 사업부문과 자동차 와이퍼 생산·판매를 하는 와이퍼 사업 부문이 있다. SMT 부문의 경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을 위한 필수 부품을 만드는데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되어 OLED 패널과 결합(압착) 후 최종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및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화권 업체에 납품된다.
와이퍼 사업의 경우 일반와이퍼 블레이드, 플랫와이퍼 블레이드, 하이브리드 와이퍼 블레이드, 후방와이퍼를 만든다. 매출 비중이 높은 와이퍼 블레이드는 유리와 직접적으로 접촉돼 비, 눈, 이물질 등 자동차 전면 유리창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게 핵심 기능이며 최적의 닦임 효과를 제공한다.
이같은 사업 성과로 실적은 순항 중이다. 2020년 매출 2331억원, 영업이익 83억원에서 작년 매출 3149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35.09%·140.96%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 1474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으로 작년 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총 주식 수는 2153만5185주로 S&K폴리텍이 지분 64.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2.42%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30%가 조금 넘는 정도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566억원, 유형자산 511억원을 보유했다. 부채비율도 73.20%, 자본유보율 1095.45%로 재무 상태는 우량한 편이다.
독립리서치 “시장과 불통한다면 자진 상폐해야”…법조계 “IR 제도적 강제성 필요”
하지만 상장사로서의 책무는 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ARIS) 대표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장사는 회사의 주인인 투자자와 소통을 꾸준히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며 “투명한 소통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고 강조했다. 이어 “IR은 기업가치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이고 1년에 한 번씩 하는 주주총회와는 별도로 투자자 또는 대리인(기자·애널리스트 등)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만약 “IR을 하지 않고 시장과 불통한다면 오히려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비상장 기업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 “주가를 부양하고,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게 상장사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당장이라도 주주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는 게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홍석현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IR이 필수적임에도 다수의 상장사는 여전히 IR을 ‘비용’으로 인식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IR 활동을 정기공시 체계에 연계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 정기 IR 개최 의무를 부과하는 등 제도적 강제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형 상장사를 위해 ‘공시대리인 제도’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배향미 법무법인(유한) 신원 변호사는 “각 상장사의 자발적 활동이나 시민단체의 공시 요구 혹은 성실 기업에 대한 리스트업만으로는 풍토 변경이 어렵다”며 “적극적인 IR에 충실할 수 있게 법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 도입해 볼 수 있는 의무 사항으로 “사업 계획의 중대한 변경, 대규모 계약의 해지, 재무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등을 공시하는 것과 관련해 보다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주식 담당자(IR 담당자)의 연락처를 공시하도록 해서 이를 어기면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상장사가 분기별로 사업 진척 사항, 주요 경영 현황 등을 자율 공시하도록 권장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시 미흡 기업으로 지정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주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구축하고, 문의에 대해 일정 기간 회신하도록 하며 공시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증권 관련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상장사가 공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3조에 적용범위 추가)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5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매일 가능)을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주식 계좌에 빨간불이 켜지는 날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알찬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