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인 기업, 20곳 중 9곳뿐…韓기업, 환경지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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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한국 ESG 경쟁력
매년 설비투자…에너지 절감 한계
제조업 비중 크다보니 점수 낮아
폐기물 배출량 축소는 긍정적
한국 기업 약점 지배구조도 개선돼
매년 설비투자…에너지 절감 한계
제조업 비중 크다보니 점수 낮아
폐기물 배출량 축소는 긍정적
한국 기업 약점 지배구조도 개선돼
ESG 경영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로 기업의 비재무지표를 뜻한다.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ESG 평가를 근거로 투자처를 결정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을 골라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추정한 글로벌 ESG 펀드의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조달러(약 5경원)에 이른다. 미국의 애플 등 일부 글로벌 기업도 소재나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에 ESG 성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한국 기업들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로 꼽혔다. 2017~2019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곳은 20개 기업 중 아홉 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06만7000t으로 2017년보다 3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도 24.4%에 달했다. 포스코는 아예 단위가 달랐다.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만 7099만t에 이른다.
에너지 소비량과 폐기물 배출량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지표로 분류됐다. LG화학은 2019년 1억7550만GJ(기가줄: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단위)의 에너지를 쓰고 34만8472t의 폐기물을 배출했다. 2년 전보다 에너지 사용량은 6.4%, 쓰레기 배출량은 24.8% 늘었다. 투자와 생산을 늘릴수록 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제조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G(지배구조)’도 오히려 매년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기준 20개 주요 기업 중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여덟 곳이었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진 징표라는 게 ESG 평가기관의 공통된 주장이다.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이 2019년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를 새로 꾸린 것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해외에선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3월부터는 ‘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SFDR)’가 의무화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유럽 역내의 금융투자 기관들이 지속가능투자 정보를 공개하고,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SFDR의 골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국내기업 ESG 경쟁력 따져보니
3일 한국경제신문과 IBS컨설팅이 3년 연속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고 있는 국내 20개 업종 대표 기업들의 ESG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ESG 점수를 깎아먹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ESG 평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톰슨로이터 등이 공통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들을 중심으로, 지속보고서에 나온 ESG 세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조사 결과를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한국 기업들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로 꼽혔다. 2017~2019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곳은 20개 기업 중 아홉 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06만7000t으로 2017년보다 3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도 24.4%에 달했다. 포스코는 아예 단위가 달랐다.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만 7099만t에 이른다.
에너지 소비량과 폐기물 배출량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지표로 분류됐다. LG화학은 2019년 1억7550만GJ(기가줄: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단위)의 에너지를 쓰고 34만8472t의 폐기물을 배출했다. 2년 전보다 에너지 사용량은 6.4%, 쓰레기 배출량은 24.8% 늘었다. 투자와 생산을 늘릴수록 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제조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지배구조는 개선 중
다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항목은 쓰레기 및 폐기물 배출량 정도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2017년 대비 2019년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IBS컨설팅 관계자는 “MSCI 등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은 세부 환경 지표에 어떻게 가중치를 부여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며 “매출이나 생산량의 변화 등을 어느 정도 감안해 등급을 정한다고만 설명한다”고 했다.반면 한국 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G(지배구조)’도 오히려 매년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기준 20개 주요 기업 중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여덟 곳이었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진 징표라는 게 ESG 평가기관의 공통된 주장이다.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이 2019년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를 새로 꾸린 것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올해부터 ESG 경영에 속도
시장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기업의 ESG 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ESG 평가에 기반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예고해서다. 증권가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KB금융그룹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2022년엔 책임투자 원칙을 기금 전체 자산의 50%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해외에선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3월부터는 ‘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SFDR)’가 의무화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유럽 역내의 금융투자 기관들이 지속가능투자 정보를 공개하고,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SFDR의 골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