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은 지난달 7일 행동주의 투자기업 엔진넘버원으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화하지 않으면 이사진 4명을 갈아치우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에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내놓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압박이 커지자 엑슨모빌은 1주일 만에 평상시 가스전에서 배출되는 잉여가스를 태우는 플레어링을 2030년부터 아예 끊기로 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기업 중에도 ESG 리스크로 고민하는 곳이 늘고 있다. ESG 경영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소비자와 거래처는 물론 투자기업들까지 등을 돌리고, 엑슨모빌처럼 경영권 공격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구글은 지난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제휴해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반발을 겪었다. 구글의 데이터 서비스가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이들을 감시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지난해 6월엔 아마존이 미국 경찰과 이미 계약한 안면인식 기술 서비스 사업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이 커지자 아마존이 자사 기술을 인종차별 도구로 팔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모두 ESG 리스크가 사업 발목을 잡은 사례다.

세계 최대 의료용 장갑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의 탑글러브코퍼레이션은 올 들어 ‘지속가능한 근로환경’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미국이 노동착취 우려가 있다며 탑글러브의 자회사 두 곳에서 생산한 장갑을 수입제한 목록에 올렸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공장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공장을 폐쇄하고 당국의 대대적 조사를 받았다. 탑글러브가 부랴부랴 1억링깃(약 270억원)을 들여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젠 거래기업들이 발을 빼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엔 크리넥스, 하기스 등 생활용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주요 거래처 킴벌리클라크가 거래를 재고하겠다고 밝히면서 탑글러브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