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암동에서 130석 규모 PC방을 운영하던 최모씨는 지난 1일 폐업신고를 했다. 올해 1월 3억원을 들여 최신식 PC로 교체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한 매장이었다. 개업 후 월 4000만원이던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찾아온 8월 이후 15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한 달 고정 지출은 임차료 인건비 등 2500만원.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최씨는 “폐업하면 남은 임대차계약 기간만큼 임차료를 물어주고,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까지 내야 해 폐업마저 못 하는 업주도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 줄폐업…식당만 죽지못해 버텼다
14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나온 식품·문화·생활 등과 관련된 자영업 22개 업종의 올해 2~11월 폐업·창업 건수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PC방 유흥주점 방문판매업체 등의 올해 폐업 건수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코로나19 방역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집합금지명령 등을 받은 업종이다. 술집과 식당 등 일반음식점은 폐업 건수가 오히려 줄었다. 정부의 방역 대책 수위에 따라 폐업 양상이 나뉘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2~11월 방문판매업 폐업은 3807건으로 작년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서울지역 방문판매업은 6월부터 11월 초까지 5개월간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 2단계 조치로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의 폐업은 각각 57.8%, 25.7% 늘었다.

지난해 1175건이던 노래방 폐업도 올해 1515건으로 28.9% 증가했다. PC방 폐업은 4008건으로 전년 동기(2713건) 대비 47.7% 급증했다.

지난해 4만7484건이던 전국 일반음식점 폐업은 올해 4만2990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휴게음식점도 1만7627건에서 1만6116건으로 8.6% 감소했다. 업계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폐업 유예’를 택한 업주가 많다고 분석한다.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등 17개 업종의 올해 창업 건수는 전년 대비 평균 25.4% 줄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가게를 내놔도 새로 들어오는 점주가 없고, 폐업에 필요한 철거 비용 등도 수천만원이나 돼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