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0개월…집밥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10개월. 코로나는 국민의 식탁도 바꿔놨다. 외식 대신 자리잡은 집밥 문화는 코로나 대유행 변곡점마다 진화를 거듭했다. 초기 생존을 위한 비축 식량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점차 집에서도 외식과 견줄 만한 ‘맛있는 한 끼’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식품업체는 물론 대형마트, 호텔에 이르기까지 간편식 경쟁에 뛰어든 결과 올해 간편식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4일 한국경제신문이 CJ제일제당 싱크탱크 트렌드&인사이트팀에 의뢰해 조사한 올해 식품 소비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고비마다 식품 소비 패턴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3월(대구 신천지교회발 확산)과 8월(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집회), 11월(무증상 감염자 확대) 세 차례 대유행 때 많이 팔린 식품은 ‘장기 보관이 가능한 비축성 먹거리→유통기한이 짧은 밀키트→가격대 높은 고급 간편식’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3월엔 냉동·상온 형태로 장기 보관이 가능한 비축성 식품이 잘 팔렸다. 햇반 같은 즉석밥과 냉동볶음밥, 국·탕·찌개를 비롯한 상온 보관용 국물요리 제품 등이다. 이 기간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 가장 잘 팔린 제품은 국물요리 간편식으로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했다. 새벽배송 전문기업 마켓컬리에서도 볶음밥 등이 가장 많이 팔렸다.

8월엔 다양한 가정간편식(HMR)을 찾기 시작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도 국내 유통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한 소비자들은 보관 기간이 7일 이내로 짧은 밀키트(반조리 식재료)와 간식류 제품을 많이 샀다. 이 기간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CJ더마켓의 ‘고메 핫도그’ 매출은 164% 늘었다. 마켓컬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커피(126%) 주방용품(76%) 등이었다. 김유섭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팀 담당(상무)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엔 막연한 불안과 공포심 탓에 비축 가능한 먹거리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지만 우려했던 유통 대란이 일어나지 않자 건강하고 맛있게 챙겨먹는 한 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엔 고급 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다. 외식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이 레스토랑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든 상품(RMR)을 찾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몰 SSG닷컴에서는 조선호텔과 협업해 내놓은 프리미엄 밀키트 ‘조선호텔 유니짜장·짬뽕’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CJ제일제당은 지난달 기존 비비고 제품보다 가격이 50%가량 비싼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더비비고’를 출시했다.

집밥 수요에 힘입어 올해 식품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주요 식품 품목 23개 중 22개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제품은 돈가스 생선가스 등 ‘튀김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성장한 661억원을 기록했다. 가정용 에어프라이어가 보급되면서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튀김류를 많이 찾았다는 분석이다. 피자와 국물요리, 김치 제품도 각각 31%, 21%, 18% 증가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