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사진)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날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는 부인과 함께 제3국을 거쳐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SNS에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이 보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자 대사직을 대신 맡은 인물이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종적을 감췄다. 당시 잠적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면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2016년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현 국민의힘 의원)의 한국 망명 이후 처음으로 파악된 고위급 외교관의 체제 이탈이어서다. 대사급으로는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 대사의 미국 망명 이후 20여 년 만의 대사급 인사 탈북이기도 하다.

조 전 대사대리가 종적을 감추자 국가정보원은 망명이 맞다고 확인했지만 그가 어느 나라로 갔는지와 잠적 이유 등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국정원도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조 전 대사대리 행적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2월에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 전 대사대리의 국내 입국 사실이 공개돼 딸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 의원의 SNS 내용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