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태림산업의 근로자가 첨단 장비를 활용해 자동차용 조향장치를 조립하고 있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태림산업의 근로자가 첨단 장비를 활용해 자동차용 조향장치를 조립하고 있다.
3D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설계한 프랑스의 다쏘시스템은 오는 12월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경남본부를 설치한다. 이곳에 조성될 ‘3D 시뮬레이션 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창원 산단에 입점해 있는 기계 관련 제조업들과의 긴밀한 업무 협약을 위해서다. 삼성SDS의 물류사업부도 연말 일부 핵심 조직을 창원 산단으로 이전키로 했다. 삼성SDS 물류사업부는 낙후된 창원 산단의 물류센터를 첨단 시설로 개선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사 등 각종 기계 관련 업체 2800여 사가 모여있는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첨단 친환경 제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가 전국 47개의 국가산업단지를 스마트·친환경 제조공장으로 전환하는 ‘스마트그린 산단’ 조성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지정된 이후 첨단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반월·시화 산단 등 7곳 스마트그린 추진

28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스마트그린 산단 시범단지로 총 7곳이 지정됐다. 창원 산단을 비롯해 △경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광주 첨단국가산업단지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구 국가산업단지 등이다.

스마트그린 산단 조성사업은 디지털 기반의 생산성 향상과 에너지 고(高) 효율·저(低) 오염 등 첨단 친환경 제조공간으로 전환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ICT 기반의 데이터 연결·공유를 통해 산업단지를 제조혁신의 거점으로 재편하기 위한 스마트 산단 조성 사업과 더불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을 대폭 줄이는 그린 혁신이 접목된 형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오는 2025년까지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3만3000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설 3D 시뮬레이션센터 투시도.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설 3D 시뮬레이션센터 투시도.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소재부품 업종이 많은 특성을 활용해 기술자립화의 일환으로 연구개발(R&D) 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소재부품실증화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ICT 신기술을 적용한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도 구축된다. 경기 반월·시화 산단엔 디지털 제조혁신을 위한 ‘혁신 데이터센터’가 마련된다. 시흥 전기차 제조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사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경북 구미 산단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산업 환경안전 통합관제센터’가 설치돼 각종 유해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대비하게 된다. 창원 산단엔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김정환 이사장은 “약 10만 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는 제조업 생산과 수출, 고용의 최대 거점이자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회복의 요지”라며 “스마트그린 산단 조성사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혁신 더 미룰 수 없어”

스마트그린 산단은 궁극적으로 제조업 혁신을 위한 생태계 조성사업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중국의 ‘가성비 혁명’에 타격을 입은 데 이어, 구글이나 애플, BMW 등 글로벌 첨단기업들이 이른바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을 내걸고 있어 스마트그린 혁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부품업체들에 각종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그린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게임체인저’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박만원 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장은 “한국의 제조업은 그동안 성실한 인력과 화석연료 중심의 저렴한 전기료가 최대의 장점이었지만 달라진 환경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률 한국전기연구원 디지털에너지시스템 연구센터장은 “선진기업들이 RE100 캠페인을 들고 나오는 건 궁극적으로 기술적인 장벽이나 무역장벽을 세우고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첨단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수출 주도국가인 한국은 특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