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4개월째 호전?…공공일자리에 가려진 '착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지난달 국내 상용직 일자리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만3000개 사라졌다. 반면 정부 일자리 사업이 포함된 공공행정 일자리는 18만명 이상 늘었다. 전체 일자리 감소폭은 4개월째 축소되고 있지만 공공일자리 확대에 따라 고용지표가 개선돼보이는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8월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수는 1851만9000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9만명(-0.5%) 줄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 4월 -36만5000명 이후 5월 -31만1000명, 6월 -21만4000명, 7월 -13만8000명에서 근로자 감소폭은 4개월 째 줄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사업시설관리업 등에서 상용직 감소폭이 컸다"면서도 "건설업과 공공행정 일자리 창출 사업의 효과로 전체 근로자 감소폭은 축소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지난달 고용지표가 '선방'한 것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 영향이 컸다. 재정일자리가 상당수인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분야에서만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만3000명이 급증했다. 이 분야는 지난 6월 4만9000명, 7월에도 6만4000명이 늘어나는 등 고용지표 개선을 주도했다.

정부 일자리 사업 효과로 전체 고용지표는 호전되는 모양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상용직(계약기간 1년 이상) 일자리가 크게 줄고 있다. 지난달 상용직 일자리는 무려 16만3000명 급감했다. 지난 3월 -8000명을 기록한 이후 4월 -13만3000명, 5월 -14만명, 6월 -12만6000명, 7월 -11만2000명 등 매달 10만명 이상의 상용직 근로자가 노동시장을 떠났다.

반면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지난달 12만6000명 급증했다. 이 역시 공공일자리 효과다.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정부 일자리사업이 중단됐던 지난 3월 -12만4000명, 4월 -14만4000명, 5월 -10만1000명이었다가 재정 일자리 사업이 본격 재개된 7월 +1만8000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상용직 일자리 감소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급감하고, 제조업 고용시장 충격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숙박음식점업 일자리는 지난 5월 -15만5000명, 6월 -13만3000명, 7월 -12만명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15만1000명으로 다시 고꾸라졌다.

자동차 및 부품, 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포함된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달 7만7000개가 사라졌다. 사상 최대 감소폭을 보였던 6월과 같은 수준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3월 -1만1000명 이후 4월 -5만6000명, 5월 -6만9000명, 6월 -7만7000명, 7월 -7만3000명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충격이 컸다. 공공행정 일자리가 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5만7000명이 늘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24만7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이 가운데 13만3000명은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소속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급증하는 가운데 임시일용직의 임금은 상승하는 역설도 계속됐다. 7월 상용직 임금총액은 372만원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2만7000원(0.7%) 올랐으나, 임시일용직은 162만3000원으로 10만7000원(7.1%) 급상승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시일용직의 임금이 상용직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은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라며 "다만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교육서비스업 등의 임시일용 근로자 감소폭이 줄어들면서 전체 임시일용직 임금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