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생명과학부 연구진이 광학현미경의 빛 축을 맞추고 있다.  UNIST 제공
UNIST 생명과학부 연구진이 광학현미경의 빛 축을 맞추고 있다. UNIST 제공
살아 움직이는 세포와 그 주변을 흐르는 혈액, 림프액 등 유체(流體)를 동시에 고화질로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지된 화면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공간 분해능(해상도)’과 동적 화면을 잘게 쪼개 관찰하는 ‘시간 분해능’을 동시에 갖춘 광학현미경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개발했다.

박정훈 강주헌 UNIST(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와 우태성 정수현 안철우 황병재 연구원은 구조화 조명 현미경(SIM)의 해상도와 시간 분해능을 한번에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광학현미경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물질의 확대 이미지를 얻는 현미경이다. 진공 상태에서 전자 빔을 가속해 쏜 뒤 물질을 관찰하는 전자현미경보다 해상도는 낮다. 전자의 파장이 가시광선보다 10만분의 1 이하로 짧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광학현미경은 세포와 같이 살아있는 대상을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자 단위 곳곳을 살필 수 있는 전자현미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새 광학현미경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이유다.

현미경은 렌즈 해상도가 높을수록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배율이 높은 렌즈일수록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현미경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개구수(numerical aperture)를 크게 하거나,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의 빛(전자빔, 자외선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개구수는 렌즈에 입사하는 빛의 최대 각도의 사인(삼각함수)값과, 측정 대상과 렌즈 사이 매질의 굴절률을 곱해 산출한다.

광학현미경은 개구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가시광선의 회절 현상 때문이다. 직진하는 빛이 좁은 틈을 통과한 뒤 일정 방향과 범위로 넓게 돌아 퍼지는 것이 회절의 한 예다.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은 회절 때문에 0.2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물체는 식별할 수 없다. 초고분해능 광학현미경(단일 형광분자 위치 기반 현미경)이 개발돼 2014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지만,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UNIST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광학현미경인 구조화 조명 현미경은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 간섭은 빛의 파장이 서로 상쇄되거나 보강되는 현상을 말한다. 파도 동심원이 다른 파도 등과 만나면 모양이 바뀌는 것이 대표적이다. 구조화 조명 현미경은 물질에 조사(照射)하는 빛의 형태에 따라 생기는 간섭무늬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물질의 미세 구조를 재현한다. 하지만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얻기 위해선 수많은 간섭무늬를 중첩시켜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UNIST 연구팀은 관찰 부위에 따라 빛의 패턴을 차별화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암세포가 담긴 유체 영역엔 높은 시간 분해능이 있는 평면파를, 뚜렷한 이미지가 필요한 암세포 부분엔 해상도가 높은 사인파(사인함수 형태 파)를 조사해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존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서로 다른 시공간 스케일의 생명 현상을 한 이미지 내에서 동시에 관찰한 것”이라며 “10㎑ 이상 빠른 속도로 빛의 진폭을 제어해 초고속 촬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과 포스코청암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광학 분야 학술지 ‘옵티카’ 8월호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