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연 0%대까지 내려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퇴직급여 충당금 운용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연금이 부족해지면 회사가 채워야 한다. 직원이 많은 대기업은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수천억원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주로 가입한 DB형 원금보장 상품 수익률은 2017년 연 1.48%, 2018년 1.54%, 지난해 1.74%, 올 1분기 1.79%로 매년 연 1%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은 매년 평균 1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그해의 퇴직연금 비용을 부담한다. 퇴직연금 제도 이전에는 직원의 근속 연수만큼의 급여를 쌓아두면 됐지만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직원들의 예상 근로 기간을 고려한 미래의 퇴직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낮아져 임금 인상률을 못 좇아가면 그만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기업이 DB형 퇴직연금 충당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하는 규모는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는 2018년보다 운용 수익률이 소폭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2조9000억원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 사외 적립률을 늘려야 하는 점도 기업들엔 부담 요인이다. 지금은 DB형 적립액 중 90% 이상을 외부 금융회사에 맡겨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 100%로 늘어난다. 상장사 1386곳(2019년 자본총계 기준으로 상장사의 96% 포함) 퇴직급여 적립률 중간값은 70% 안팎이며, 중소기업에선 적립률이 20~30%에 불과한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로 지급해야 할 돈에 비해 외부 금융기관에 쌓아놓은 퇴직급여는 13조원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회사당 순부채 평균액은 약 94억원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