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현재의 연 0.75%로 유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고 국고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도 내놓은 만큼, 당분간 정책 효과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날 금리 동결에는 통화정책 ‘실탄’을 아끼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실효하한 금리(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를 연 0.25~0.5%로 보고 있다. 현 기준금리를 고려할 때 0.25%포인트씩 한 차례 또는 두 차례 정도만 추가 인하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채권시장에선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으로 한은이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이 실물경제 지표에 여실히 드러나는 하반기께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한은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통위원 4명(고승범 신인석 이일형 조동철)의 임기가 이달 20일 끝날 예정이어서 금리 인하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 금통위원 가운데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이일형·임지원 위원은 ‘매파’(통화긴축 선호), 고승범 위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비둘기파가 이달 금통위를 모두 떠나게 된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이날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