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시공사·위탁자·신탁사 '윈윈모델' 만들겠다"
“은행 지점장 때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한 이발소를 이용했는데 10년째 단골이 됐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그곳만 갑니다.”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사장(58·사진)은 “개발사업을 맡긴 시행사(위탁자)가 다음에도 또 손님으로 오는 회사가 돼야 한다”며 개인적인 사례를 꺼냈다. 시공사 및 위탁자와 협력해서 좋은 아파트를 지으면 계약자뿐 아니라 시공사 위탁자 신탁사 모두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KB금융에서만 올해로 30년 근무한 KB맨이다. 은행에서 여신 마케팅 및 심사, 구조조정, 리스크 관리 등 여신 업무 전반과 영업점을 경험하고 영등포지역영업그룹 대표를 거쳐 지난해 1월 KB부동산신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난해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사업을 중심으로 신탁 부문의 성장을 이끌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는 리테일과 물류센터 등 상품 다양화와 공모리츠 출시에 신경 썼다. 정비사업 부문은 서울 성수동 장미아파트와 동교동 기린동산빌라 등을 신탁 방식으로 수주했다. 그 결과 총영업이익(신탁보수) 1191억원, 순이익 617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목표는 총영업이익 1500억원에 순이익 800억원으로 잡았다.

김 사장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탁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지난해 신규로 인가받은 3개사와 금융사 계열로 편입된 신탁사들이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양적인 경쟁은 물론 질적인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조달부터 분양 입주까지 모두 책임지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시장 상황에 선제 대응하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우량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을 선별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책임준공형 신탁상품 등 비차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2~3년 뒤 먹거리인 리츠와 정비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초 도시정비사업부를 본부로 승격하고 사업 구조도 사업대행자방식, 소규모정비사업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피스 물류센터 임대주택 등 다양한 물건을 기반으로 리츠 상품을 출시하고 상장리츠도 추진할 계획이다. 조직 내부적으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반의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16년 업계 처음으로 책임준공형 신탁상품을 선보여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올해도 다양한 신탁사업 경험과 상품 개발 역량을 토대로 신상품 개발과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