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한 달…집값 9억 이하 풍선효과·전셋값 상승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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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부동산 추가대책 강조한 이유
인천검단·수원팔달 등
수도권 저가 아파트 급등
부동산 추가대책 강조한 이유
인천검단·수원팔달 등
수도권 저가 아파트 급등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시장 추가 규제를 언급한 것은 ‘12·16 부동산 대책’이 시행 한 달 만에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9억원 이하 아파트로 흘러들어가는 ‘풍선효과’와 전세가 급등이 대표적이다. 9억~15억원대 아파트 시장도 규제보다는 호재에 반응하며 신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선 전세가 급등으로 살던 집에서 밀려난 세입자까지 나타났다. 12·16 대책이 전반적인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보단 유동자금의 물길만 바꾸고 있는 양상이다.
‘미분양 무덤’ 검단도 1억원 껑충
14일 일선중개업소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웃돈이 1억원 붙은 4억9000만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매 제한이 풀린 이 단지는 12월 초만 해도 웃돈이 3000만~4000만원 수준이었다. 검단은 지난해 공급된 12개 단지 중 4개 단지만 청약 마감에 성공해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지역이다. 원당동 O공인 대표는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구입이 어려워지고 서울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요자들이 대거 넘어오고 있다”며 “웃돈이 올랐지만 물건이 나오면 며칠 만에 빠진다”고 전했다.
이 같은 풍선효과는 규제가 적고 9억원대 이하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통 호재가 많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선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팔달6구역 재개발)의 분양권 웃돈이 2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용 84㎡ 분양가가 6억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다. 교동 W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오히려 매수 수요가 늘었다”며 “우리 중개사무소에서만 한 달간 인근 단지가 15건 거래됐을 정도로 거래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풍부한 유동자금은 지방 시장으로도 흘러들어가고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올해 9월 준공을 앞둔 해운대롯데캐슬스타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2910만원(41층)에 거래됐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형 아파트 중 10억원을 돌파했다. 대구 수성구, 대전 도룡동에서도 속속 10억원대 실거래가가 등장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대구 중구 제일풍경채 선착순 분양에는 180가구에 3000여 명이 몰려와 모두 팔렸다”며 “이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내려온 원정 투자자였다”고 전했다.
고가 아파트 ‘버티기’
서울에선 강남 재건축의 거래가 멈춘 반면 비강남권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온도 차가 극심하다. 영등포 푸르지오(전용 79㎡)는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 뛴 9억원에, 성북구 길음뉴타운6단지 래미안(전용 59㎡)도 직전 거래가보다 7000만원 비싼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관악구 건영1차아파트는 이달 초 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세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다. 9억~15억원 단지들은 대출규제(9억원 초과분에 대해 LTV 40%→20%)가 적용되긴 하지만 대출이 아예 불가능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비해 영향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신길뉴타운 ‘대장’ 단지 센트럴자이 전용 84㎡ 호가는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높은 15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SK뷰도 84㎡ 호가가 14억5000만원으로 대책 발표 전보다 5000만원 뛰었다. 목동은 신시가지1단지 전용 65.3㎡와 2단지 전용 65.8㎡가 지난달 말 각각 1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신길은 신축효과로, 목동은 학군효과로 전세 수요가 풍부하다”며 “호재가 규제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강남도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버티기’에 들어갔다. 은마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대치동 J공인 대표는 “규제 발표 후 연내 잔금 조건으로 2억원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왔지만 해가 바뀌면서 매물이 회수됐다”고 말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한강이 보이지 않는 매물이 3.3㎡당 1억원인 24억원에 나와 있다. 반포동 M공인 관계자는 “오름폭이 적어질 수는 있어도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집주인은 없다”며 “규제 발표 후에도 호가가 직전 거래가보다 높다”고 말했다.
“공급대책 없으면 부작용 커질 것”
매매시장이 크게 조정되지 않는 가운데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의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대비 1억원 오른 26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백마공인 관계자는 “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 폐지 문제가 겹치면서 대책을 발표한 뒤 전셋값이 2000만~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학군 1번지’인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전세가격도 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계약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방이동 헬리오시티의 전세가격도 올초(6억원) 대비 4억원가량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강동구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강화 등 규제 일변도의 추가 정책을 언급해 이 같은 부작용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에 필요한 것은 공급인데 정부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세가 급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의 대책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동반 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배정철/최다은 기자 yjlee@hankyung.com
14일 일선중개업소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웃돈이 1억원 붙은 4억9000만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매 제한이 풀린 이 단지는 12월 초만 해도 웃돈이 3000만~4000만원 수준이었다. 검단은 지난해 공급된 12개 단지 중 4개 단지만 청약 마감에 성공해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지역이다. 원당동 O공인 대표는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구입이 어려워지고 서울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요자들이 대거 넘어오고 있다”며 “웃돈이 올랐지만 물건이 나오면 며칠 만에 빠진다”고 전했다.
이 같은 풍선효과는 규제가 적고 9억원대 이하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통 호재가 많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선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팔달6구역 재개발)의 분양권 웃돈이 2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용 84㎡ 분양가가 6억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다. 교동 W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오히려 매수 수요가 늘었다”며 “우리 중개사무소에서만 한 달간 인근 단지가 15건 거래됐을 정도로 거래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풍부한 유동자금은 지방 시장으로도 흘러들어가고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올해 9월 준공을 앞둔 해운대롯데캐슬스타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2910만원(41층)에 거래됐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형 아파트 중 10억원을 돌파했다. 대구 수성구, 대전 도룡동에서도 속속 10억원대 실거래가가 등장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대구 중구 제일풍경채 선착순 분양에는 180가구에 3000여 명이 몰려와 모두 팔렸다”며 “이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내려온 원정 투자자였다”고 전했다.
고가 아파트 ‘버티기’
서울에선 강남 재건축의 거래가 멈춘 반면 비강남권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온도 차가 극심하다. 영등포 푸르지오(전용 79㎡)는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 뛴 9억원에, 성북구 길음뉴타운6단지 래미안(전용 59㎡)도 직전 거래가보다 7000만원 비싼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관악구 건영1차아파트는 이달 초 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세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다. 9억~15억원 단지들은 대출규제(9억원 초과분에 대해 LTV 40%→20%)가 적용되긴 하지만 대출이 아예 불가능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비해 영향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신길뉴타운 ‘대장’ 단지 센트럴자이 전용 84㎡ 호가는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높은 15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SK뷰도 84㎡ 호가가 14억5000만원으로 대책 발표 전보다 5000만원 뛰었다. 목동은 신시가지1단지 전용 65.3㎡와 2단지 전용 65.8㎡가 지난달 말 각각 1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신길은 신축효과로, 목동은 학군효과로 전세 수요가 풍부하다”며 “호재가 규제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강남도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버티기’에 들어갔다. 은마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대치동 J공인 대표는 “규제 발표 후 연내 잔금 조건으로 2억원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왔지만 해가 바뀌면서 매물이 회수됐다”고 말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한강이 보이지 않는 매물이 3.3㎡당 1억원인 24억원에 나와 있다. 반포동 M공인 관계자는 “오름폭이 적어질 수는 있어도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집주인은 없다”며 “규제 발표 후에도 호가가 직전 거래가보다 높다”고 말했다.
“공급대책 없으면 부작용 커질 것”
매매시장이 크게 조정되지 않는 가운데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의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대비 1억원 오른 26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백마공인 관계자는 “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 폐지 문제가 겹치면서 대책을 발표한 뒤 전셋값이 2000만~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학군 1번지’인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전세가격도 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계약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방이동 헬리오시티의 전세가격도 올초(6억원) 대비 4억원가량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강동구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강화 등 규제 일변도의 추가 정책을 언급해 이 같은 부작용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에 필요한 것은 공급인데 정부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세가 급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의 대책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동반 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배정철/최다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