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10일 오후 1시46분

국내 벤처투자 제도의 틀이 23년 만에 바뀐다. 벤처업계의 숙원사업이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촉진법)’이 지난 9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그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창업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법)’으로 나뉘었던 벤처투자 관련 법률이 벤처투자촉진법으로 통합되면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국내 벤처투자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원화된 벤처투자 법률의 통합

[마켓인사이트] '제2 벤처투자 붐' 기대 커진다…벤처투자촉진법 국회 통과
1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벤처투자촉진법이 전날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 및 입법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벤처투자촉진법 통과로 국내 벤처투자산업을 위한 단일 법안이 처음 마련됐다. 그동안 벤처투자산업은 1986년 제정된 창업법과 1997년 제정된 벤처법을 함께 적용받다 보니 비효율이 컸다. 본질적으로는 같은 벤처투자를 하는데도 어느 법에 근거해 펀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성 방법부터 최소 설정액, 투자 대상 등이 달랐기 때문이다.

가령 창업법 근거 펀드는 중견기업 투자가 가능했지만 벤처법 근거 펀드는 불가능했다. 벤처법 근거 펀드는 해외 투자가 제한 없이 가능했지만 창업법 펀드는 40% 이내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펀드 결성을 준비할 때마다 벤처캐피털(VC)들은 어느 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지 이해득실을 따져야 했다.

새로 마련된 벤처투자촉진법은 이런 불일치를 해소하고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해외 투자 제한을 완전히 없앴고 벤처펀드의 금융업 및 부동산업 투자 금지 조항도 삭제했다. 또 투자조합(벤처펀드) 운영 주체를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및 증권사로 확대해 벤처투자 시장의 저변을 확대했다. 한 VC 관계자는 “불필요한 제약이 사라져 VC가 투자 결정 시기를 놓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혁신성 높아질 것”

벤처투자 주체인 VC는 물론이고 투자를 받는 벤처업계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벤처투자촉진법이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SAFE는 기업가치를 투자 시점에 정하지 않고 후속 투자를 받는 시점에 재평가하는 제도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널리 활용되고 있다. 창업자가 창업 초기 급하게 투자를 받기 위해 VC에 너무 많은 지분을 주는 바람에 후속 투자를 받을 때 경영권이 흔들리는 부작용을 줄이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벤처투자촉진법 통과로 현재 정책자금(한국벤처투자 등)이 주도하는 벤처투자 생태계에 민간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은 역대 최고인 약 3조8000억원(11월 말 기준)에 달해 ‘제2 벤처붐’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업계의 숙원이던 벤처투자촉진법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며 “국내 벤처투자 성과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실적이 개선돼 국내 경제 전반의 혁신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