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주가 총수일가의 언행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경영권 다툼을 기대하는 매수세가 유입되는 중이다. 현재의 지분구조상 표대결 가능성에 의결권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향방은 가늠할 수 없어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이다.

30일 오후 1시12분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전거래일 대비 1.01% 상승하고 있다. 한때 12% 이상 올랐다. 성탄절인 지난 25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서다. 말다툼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 고문이 조 회장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가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는 다르게 한진그룹을 운영하고 있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 "조 회장의 독단 경영을 막을 수 있다면 KCGI(강성부 펀드)를 포함해 어떤 주주와도 대화하겠다"고 해 조 회장의 경영에 반기를 들었다.

누나와의 불화에 이어 모친과의 말다툼도 알려지자 총수일가의 지분이 나뉘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2020년 3월 예상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재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주총에서의 의결권은 연말까지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여된다. 올해의 경우 지난 26일까지 한진칼 주식을 산 사람들이 의결권을 갖게 된다. 26일 매매분까지 올해 마지막 결제일인 30일에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진다면 관건은 기존 주주들의 합종연횡이다.

◆"한진그룹株, 섣불리 매수 말아야"
"KCGI, 조현아와 연대 힘들어"…안갯속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한민수의 스톡뷰]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이 고문이 5.31%를 가지고 있다. 총수일가가 가지고 있는 지분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정기주총에서 다른 주주들의 생각이 중요해진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한진칼 지분 17.29%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이밖에 델타항공(지분 10.0%) 반도건설(6.28%) 국민연금공단(4.11%) 등이 한진칼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진칼 주식의 급등세가 정당화되려면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고, 이후 임시주총 등에서 표대결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현재 붙은 의결권 프리미엄이 설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진칼 주가에 붙은 의결권 프리미엄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총수일가의 문제가 내일이라도 봉합되면 그룹주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등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KCGI와 조 전 부사장의 연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겨냥해온 KCGI는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입장이겠지만,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하면 그를 경영에 복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KCGI는 앞서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 전무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땅콩회항' 사건의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과 함께 할 명분이 없다.

총수일가의 입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고문과 조 회장은 이날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다"며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또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