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 팩토리, 기술 그 너머를 봐야
독일 신발업체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에서 운영 중인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를 늦어도 내년 4월까지 폐쇄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안스바흐 스피드팩토리는 2015년 12월 처음 소개됐다.

2016년 9월 첫 번째 신발 모델인 ‘퓨처크래프트MFG(Made for Germany)’가 생산됐다. 1년 뒤에는 ‘아디다스 메이드포(Adidas Made for: AM4)’ 프로젝트가 뒤를 이었다. AM4 운동화는 영국에서 처음 출시됐고 2018년 로스앤젤레스, 뉴욕, 도쿄, 상하이 등에서도 선보였다. 2018년 4월에는 미국 애틀랜타 공장이 문을 열었다.

스피드팩토리의 초기 목표는 3D프린터와 로봇 등을 이용해 개인 발에 맞춘, 밑창을 포함한 개인 맞춤형 운동화를 24시간 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조해야 했다. 운송거리 단축과 재고관리비용 감축이 중요했다. 이 공장은 자동화, 분권화, 유연생산을 기반으로 가까운 미래에 상점에서 개인 맞춤형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8년 4월 독일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했다.

안스바흐와 애틀랜타 스피드팩토리의 연간 제조목표는 각각 50만 켤레였다. 이는 2018년에 각각 4억900만 켤레가 책정된 아디다스 총 생산량의 0.12%에 해당한다. 이 회사 신발의 97%는 아시아, 그중 42%는 베트남에서 제조된다. 스피드팩토리는 로봇을 이용하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낮았다. 그렇다고 아디다스가 대량생산시설을 아시아에서 독일이나 미국으로 옮기려 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신발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손으로 접착해 제조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스피드팩토리에서 개발한 기술을 아시아의 두 납품업체에 이관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짧은 상품개발 시간에 다양한 유형의 신발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게 분명하다. 아디다스는 리복을 포함해 2019년 현재 5만7000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으며, 2018년에 약 220억유로(약 28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디다스는 스피드팩토리 폐쇄 결정과 관련, 앞으로 개인 맞춤형 운동화를 계속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피드팩토리는 개인 맞춤형 제품을 추구하는 독일 제조업 성장 전략 ‘인더스트리 4.0’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이 대목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에서 국가 브랜드처럼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는데도 이번 조치를 발표한 것은 아디다스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어쨌든 개인 맞춤형 제품의 시장성에 대한 평가는 더욱 쉽지 않게 됐다. 장기적으로 대량생산 가격에 맞춤형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완성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만일 개인 맞춤형 제조가 기술적으로 실패했다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아직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으로 성공했다면, 기술과 생산공장의 구현만이 사업 전개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국내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추진 시 예전의 업무과정 재설계(BPR) 기반의 프로세스 혁신 및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 때와 비슷하게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모범 사례를 찾는 경향이 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가 기술적으로 실패했건 성공했건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 맞춤형 제품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 분야 및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열릴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점 내에서 제조되는 스토어팩토리(Storefactory)를 포함해 생산공장의 판매지역 현지화 등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 차원의 핵심 성공요인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기술이나 생산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