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석 시세보다 6배 비싸게 구입하기도…윤일규 "예산절감 해야"진흥원 "시세에 맞춰 구입…현저하게 많은 비용 아냐"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5년간 해외출장 항공료로만 25억원을 지출해 국정감사에서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았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임직원 국외 출장내역'에 따르면, 진흥원 임직원은 2015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약 5년간 1천396건의 해외 출장을 나가 총 41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항공료는 25억원이었다. 진흥원의 '여비지급지침'에 따르면 본부장 이상 임원은 비즈니스석(2등석)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있어, 임원 대부분은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5년간 들어간 항공료는 3억5천만원에 달했다. 진흥원이 구매한 항공권은 일반적인 시세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6년 연구개발(R&D)진흥본부장이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구매한 미국 뉴욕행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은 1천47만원, 2017년 산업진흥본부장이 이용한 캐나다행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은 1천24만원에 달했다. 윤 의원은 "이는 최근 500만∼6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비즈니스석은 물론 1등석 가격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석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6월 중국 출장을 위해 구매한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권은 182만원으로, 30만원 전후에 구입이 가능한 일반적인 항공권에 비해 최대 6배나 높은 가격이었다. 윤 의원은 "국민들은 소액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파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예산 절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특히 해외출장 항공료는 기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충분히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1천47만원이 소요된 미국 출장은 3개(뉴욕·워싱턴·달라스) 지역을 도는 일정이었고, 182만원이 든 중국 출장은 4개(상하이·심천·천진·쿤밍) 지역을 거치는 일정이었다"며 "당시 시세에 맞춰 구입한 것으로 공무원 규정을 고려할 때 현저하게 많은 비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표] 최근 5년간 임직원 해외출장 현황 (단위: 건, 원)┌───────┬─────┬───────────┬───────────┐│ 연도 │ 건수 │ 전체 출장비 │ 항공료 │├───────┼─────┼───────────┼───────────┤│ 2015 │ 318 │ 1,035,878,186 │ 634,334,520 │├───────┼─────┼───────────┼───────────┤│ 2016 │ 291 │ 879,798,138 │ 521,715,733 │├───────┼─────┼───────────┼───────────┤│ 2017 │ 303 │ 852,451,735 │ 507,857,128 │├───────┼─────┼───────────┼───────────┤│ 2018 │ 331 │ 903,646,233 │ 540,534,489 │├───────┼─────┼───────────┼───────────┤│ 2019.7 │ 153 │ 461,427,037 │ 272,452,900 │├───────┼─────┼───────────┼───────────┤│ 계 │ 1,396 │ 4,133,201,329 │ 2,476,894,770 │└───────┴─────┴───────────┴───────────┘ /연합뉴스
“밀려오는 환자에게 제대로 된 침대 하나 줄 수 없어 바닥에 눕혀야 하고 수술 환자를 옮길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정 네 사람이 환자 침대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합니다. 뜻밖에 이런 뜻깊은 상을 받게 돼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올해 아산상 대상을 받는 이석로 방글라데시 꼬람똘라병원 원장(55)이 밝힌 수상 소감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상금 3억원의 아산상 대상에 이 원장이 선정됐다고 15일 발표했다. 42년 동안 한센인과 아프리카 빈민층을 돌본 김혜심 교무, 46년간 무의탁 노인을 보살핀 가난한이들의작은자매회(대표 이상옥 헬레나 수녀)가 각각 상금 1억원의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을 받게 됐다.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된 뒤 바로 방글라데시 꼬람똘라병원 의사 모집에 지원했다. 의료 낙후지역 주민을 돕는 의료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북동쪽 꼬람똘라 마을에 1992년 처음 생긴 병원이다. 이 원장은 1994년 가족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현지인 의사와 함께 10분의 1 정도 진료비만 받고 매일 60~70명을 치료했다. ‘3년만 돕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밀려오는 환자를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게 25년이 지났다. 꼬람똘라병원은 매일 외래환자 300명이 찾고 의사 14명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으로 자리잡았다. 매년 8만 명 넘는 방글라데시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지역 주민 자립도 도왔다. 이 원장은 2007년 3년 과정 간호학교를 세웠다. 학비는 공짜다. 교육 기회가 없어 직장을 갖기 힘들었던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됐다. 100여 명이 이곳을 졸업해 취업에 성공했다. 집에서 아이를 낳는 여성을 위해 21개 마을에 의료진을 파견해 안전분만 키트를 배포했다. 우물을 파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 원장의 부인도 빈민가에서 무료 유치원을 운영하며 영유아 60여 명을 돌보고 있다.병원을 찾는 환자는 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 원장은 “전기 용량이 초과돼 자체 변압기를 설치하도록 권고받기도 하고 개발해놓은 지하수로는 증가하는 물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어찌할지 모르고 있었다”며 “상금으로 그간 미룬 여러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깊은 애정을 갖고 지켜봐달라”고도 했다.의료봉사상을 받는 김 교무는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뒤 1976년부터 8년간 소록도병원에 근무하며 한센인 환자를 돌봤다. 1995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스와티니 등에서 에이즈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사회봉사상을 받는 가난한이들의작은자매회는 1973년부터 서울 강서구, 경기 수원, 전북 완주, 전남 담양에서 양로원을 운영했다. 30여 명의 수녀가 210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 재단은 이들을 포함해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등 6개 부문 수상자 12명에게 상금 7억7000만원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다음달 25일 열린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미 듀크대 연구진 보고서 고령자의 걷는 속도가 느리면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보고된 바 있다. 그런데 만 45세의 중년에도, 가장 빨리 걸을 때의 보속(步速)이 뇌와 신체 노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5세 때 걸음이 느리면 노화가 빨라지는 신호라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만 3세 때의 신경인지 능력 등을 보면, 45세 때의 걸음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미국 듀크대 인문과학대의 테리 E.모핏 심리학·신경과학과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11일(현지시간) 미국 의사협회의 온라인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 듀크대가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 19단계의 노화 측정 등급을 고안했다. 걸음이 느린 45세 피험자는 이미 노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런 피험자의 폐, 치아, 면역체계 등은 걸음이 빠른 피험자보다 더 노화된 형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피험자가 어린아이 때 받은 신경인지 테스트 결과는, 나중에 누가 느리게 걷는 어른이 될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만 3세 때 IQ, 언어 이해력, 욕구불만 내성, 운동 기능, 감정 통제 능력 등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45세 때의 걷는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모핏 교수는 "걷는 속도가 느린 70대와 80대가 속도가 빠른 동년배보다 수명이 짧다는 건 의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취학 전부터 중년까지 포괄한 이번 연구에선, 노령기가 되기 수십 년 전부터 걷는 속도가 문제의 조짐이라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는, 뉴질랜드 동남부 항구도시 더니든(Dunedin)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주민들을 장기간 관찰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에 지원한 주민은 모두 904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2017년 4월부터 올해 4월 사이에 45세가 됐다. 마지막 평가의 MRI 검사에서 걸음이 느린 사람은 뇌 피질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고, 뇌 표면적이 좁으며, 백질 과집중(white matter "hyperintensities") 빈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연령보다 뇌가 늙었다는 뜻이다. 걸음이 느린 피험자는 또한 사진을 이용한 '얼굴 나이(facial age)' 평가에서도 더 늙어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연합뉴스